고요한 숨, 체온, 심장,

 

상
중
하 그라데이션
첫 번째 아침, 시립 도서관
웅성 웅성… 도서관 로비가 소란스럽습니다.
시간을 보니 오전 10시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창문 밖을 보면 오랜만에 보는 비교적 맑은 날씨입니다.
길어질지도 모르는 여정을 떠나기에 어울리는 날씨인 것 같아요.
이 시립 도서관에 정착하며 버티던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하나둘 떠날 준비를 하는 것 같습니다.
곧 이 지역에도 거센 눈보라가 쳐서 3층 높이까지 눈이 쌓일 것이라 했습니다.
오랜 시간 정착할 수 있는 안전한 지역을 찾아내려면 꽤 많은 시간과 체력이 소모되겠지만, 예상된 붕괴를 앞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순 없었습니다.
지금 현재 당신은 2층 난간에서 로비의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난간 아래에는 사람들이 모여 뭐라고 떠들고 있네요.
그들이 뭐라고 하는지 궁금한가요?
베첼 마인하르트:아침부터 뭘 또 그렇게... (중얼거리며 가만히 로비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베첼 마인하르트: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듣기 성공
“놓고 가시는 물건이 없으면, 슬슬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 사람들 무리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로비 전체에 울려 퍼지는 것을 듣습니다.
목소리의 주인을 유추해보면, 아마도 이 도서관에서 사람들을 통솔하며 주도권을 잡고 있던 남자의 것이겠죠.
그럼 당신도 슬슬 나갈 채비를 해야하는 것 아닐까요?
베첼 마인하르트:가자... 가야지. (로비로 떨어지던 시선을 올리다가 눈으로 아담을 찾으며 옆자리를 바라봤다.)
주변을 둘러 아담을 찾아보면... 생각해보니 아침에 일어났을 때부터 아담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뭐, 또 도서관 안을 정처없이 돌아다니고 있겠죠.
이 곳을 임시숙소로 잡았을 때 땔감으로 쓰지않은 책들이 아직 남았다며 좋아하던 모습이 머릿 속에 잠깐 떠올랐다 사라집니다.
베첼 마인하르트:...정말이지... (서고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담- 어디 있어-
서고 쪽으로 가려면 1층으로 내려와야 합니다.
당신이 계단을 타고 내려오자 아까의 목소리의 주인이 당신 쪽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보이네요.
남자: 저... 두 분은 오늘부터 따로 움직이신다고 들었습니다.
베첼 마인하르트:아... 네.
남자: 웬만하면 다 같이 움직이는 것이 혹시나 있을 상황에 덜 위험할텐데요... (주변을 짧게 훑어본다.) 그리고... 일행 분이 감기가 심하신 것 같던데, 모쪼록 조심하세요.
베첼 마인하르트:...걱정 감사합니다. 몸 조심하시고 좋은 곳을 빨리 찾으실 수 있길 빌게요. (감기도 심하다면서 어딜 간 거야... 입술 한쪽을 깨물었다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네... 조심히 가세요.
남자: 고마워요. (고개를 가볍게 까딱였다.) 그럼... 무탈하시길.
인사보단 걱정이 앞선 남자가 염려하는 표정으로 보다가 사람들이 부르는 소리에 가볍게 고개 숙이곤 무리에 섞여 들어갑니다.
앞서 출발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드문드문 당신에게 머뭅니다.
베첼 마인하르트: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듣기 실패
무리 중 한 사람이 계속해서 당신을 힐끔거리며 소곤거리는 모습이 영 좋게 보이진 않습니다.
뭔가 할 말이라도 있는 걸까요.
January 08, 2026 12:59PM베첼 마인하르트:...? (힐끔거리는 이에게 조용히 다가갔다.) 저기...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세요?
무리 중 한 사람: ... 아. (네가 가까 다가 오는 것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January 08, 2026 1:01PM베첼 마인하르트: 아... 놀라셨다면 죄송해요.
무리 중 한 사람: 아, 아니예요... (손사레를 가볍게 쳐냈다.) 그... 오늘 아침에 혼자 도서관 밖으로 나간 사람이 있었거든요. 그쪽 일행분이랑 닮았던 것 같아서...
베첼 마인하르트:...네? 혹시 그 사람 다시 들어오는 것도 보셨어요? 아니, 혹시 오늘 도서관에서 제 일행이 돌아다니는 거 보신 적 있으세요?
무리 중 한 사람: 아, 아뇨. (고개를 가로저었다.) 계속 이 근처에 있긴 했는데 누가 밖으로 더 오가는 건 못 봤어요.
베첼 마인하르트:... ...감사합니다. (목례를 하고는 곧장 도서관 밖으로 뛰어나가 걸으며 두리번거렸다.) 아담!! ....어디 갔어, 진짜. 아담!
몸도 안 좋으면서, 가만히 있으라는 말은 지지리도 안 듣습니다.
시간이 늦으면 해가 안 떠서 이동이 어려우니 서둘러 찾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곧장 이중으로 닫혀 있는 도서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자마자, 매서운 바람이 당신 앞으로 훅, 불어옵니다.
이 정도면 양호한 날씨이지만, 오랫동안 돌아다니기는 힘들 것 같아요.
도서관 바로 앞에는 [전화 부스], [도로변], [산책로]가 보입니다.
베첼 마인하르트:(그 안에서 혼자 시간이라도 가지는 중일까 전화 부스 쪽으로 가 안을 살펴봤다.)
도서관 바로 옆에 있는 전화 부스입니다.
옅은 파란색의 페인트칠이 바람, 혹은 눈 때문에 벗겨저서 낡은 모습입니다.
투명한 유리에 서리가 빽빽하게 껴있지만 얼핏 봐서 안에 아담은 커녕, 모르는 사람도 없는 것 같네요.
베첼 마인하르트:(꽉 쥔 주먹으로 전화 부스를 툭 치며 참았던 숨을 내쉬고 산책로 쪽으로 걸음을 서둘렀다.)
소복이 눈이 쌓여 어디가 길이고 잔디인지 알아볼 수 없는 산책로입니다.
도서관에 들른 사람들이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여가를 즐겼던 곳이겠죠.
이곳 역시 차갑게 얼어붙어서 생명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여기도 없나?
베첼 마인하르트:(발자국이나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없는지 주의깊게 산책로를 둘러봤다.)
주의깊게 산책로를 걸어봅니다.
천천히 걷다보면 산책로를 가로질러 간 듯한 사람의 발자국이 보입니다.
베첼 마인하르트:(급하게 찬 공기를 들이마시고 발자국이 보이는 곳으로 달려갔다.) ...아담?
그렇게 달려가면... 마침내 익숙한 뒷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흰 눈밭 사이에서 검은 머리를 하고있으니 상당히 눈에 띕니다.
베첼 마인하르트:(곧장 다가가 팔을 붙잡으며 확 잡아끌었다.) 너 이 추운 날에 밖에서 뭐하는 거야!
아담 리히트:... ! (갑자기 누군가가 끌어당기는 것에 적의가 가득한 표정으로 돌아보다, 너라는 것을 인식하니 바로 낯빛이 풀렸다. 조금 어벙해진 얼굴을 하고는 너를 응시했다.) 뭐야, 없어졌다고 찾으러 나왔어? 그러다 엇갈리면 어쩌려고.
베첼 마인하르트:(그제야 엇갈릴 수도 있었다는 점을 인식했는지 어렵게 긴 숨을 내쉬며 몸에 힘을 뺐다.) 바보야... 놀랐잖아. 왜 말도 밖을 나가...
아담 리히트:잠깐 바람만 쐬려고 나왔지. (네 말에 피식, 웃음을 지었다.) 뭐, 이 엄동설한에 어디가겠어. 걱정시켰나보네. 표정 지금 엄청 바보같은거 알아?
베첼 마인하르트:(이미 차게 식었을 테지만 조금이나마 남은 온기라도 나누기 위해 당신을 꽉 끌어안았다.) 누가 이 날씨에 바람을... 아니다... 들어가자. 잠깐 몸 좀 녹이고, 짐 챙겨서 우리도 슬슬 출발해야지.
아담 리히트:아하하, 넌 은근히 날 과보호하는 구석이 있어. 이봐, 마인하르트씨. 내가 그렇게 추위 안타는 거 알잖아? (말은 그리하면서 너를 마주 끌어안아냈다. 따뜻한 품에 안기면 그제야 이 날씨가 춥게도 느껴지는 것도 같았던가.)
맞닿은 피부는 살갗이 아리게 추운 날씨인데도 여전히 따뜻합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유일하게 맴돌고 있는 이 온기.
세상이 죽어가는 와중에도 우리만은 아직도 이렇게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당신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체온과 벅차오르는 감정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아담 리히트:... 그래도 슬슬 들어갈까. 곧 우리도 출발할 준비는 해야하니까.
베첼 마인하르트:자꾸 걱정이 되는 걸 어떡해. 아마 난 날이 이렇게 춥지 않았어도 널 이만큼 걱정했을 걸. ...얼른 들어가자. (감았던 팔에 힘을 풀어 당신을 품에서 놓고 대신 손을 붙잡은 채 걸었다.)
아담 리히트:말을 정정할 필요가 있겠는데, 은근히가 아니라 넌 날 과보호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한숨을 푹 내쉰다. 이내 네 손을 마주 잡은채로 걸음을 옮겨냈다.)
베첼 마인하르트: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관찰 실패
뭔가 미묘한 위화감이 느껴지는데 걷는 주위를 살펴보아도 이 근원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기분 탓이겠죠?
베첼 마인하르트:(무엇인가 찝찝한 기분이 들지만... 당장 중요한 것은 아담이니 넘어가기로 했다. 걷다가 한번씩 고개를 돌려 당신을 눈에 담았다.) 몸은 좀 어때. 괜찮아?
아담 리히트:... 똑같아. 나아지지도 않고, 더 나빠지지도 않았어. 그냥 열이랑 기침이 조금 나는 정도인데. 열이야, 이렇게 찬바람 좀 쐬면 내리거든. (너를 보지않은 채로 도서관의 입구로만 시선을 둔다. 사람들이 꽤 빠져나간 탓인지 근처에 발자국들이 많은 것에 어깨를 짧게 으쓱이기도 잠시다.) ... 근데, 베첼. 정말 나랑 둘이 따로 다니는거 괜찮아?
베첼 마인하르트:나빠지지 않았다는 건... 그래도 다행이네. 조금이라도 더 안 좋아진 것 같으면 바로 말해. 내가 뭘 해줄 순 없어도... 알려줘. (자신을 향하지 않는 시선을 가만히 보다가 이내 도서관 입구로 눈을 돌렸다.) 안 괜찮을 이유가 있어?
아담 리히트:아하하. 해줄 수 없는데 알려줘서 뭐해. 네 걱정거리만 더 늘 뿐이지. ... 그렇다고 괜찮을 이유도 없으니까? (도서관 안으로 눈이 묻은 신발을 툭툭 털며 들어선다. 자연스럽게 너와 내가 쉬던 자리로 가 잡은 손을 놓고는 몇개 되지도 않는 짐을 챙겨냈다.)
베첼 마인하르트:뭘 할 수 없어도 알고 싶은 걸 어떡해? ... ...알고는 있어야지. 모르면 그게 오히려 더 걱정거리야. (낮게 깔리는 웃음소리를 내며) 난 너만 있으면 돼. 그거면 다 괜찮아. (당신이 짐을 챙기는 것을 보고 있다가 빈 손을 내밀었다.) 줘. 내가 들고 갈게.
아담 리히트:... ... 진짜 넌, 이럴 때 마다... (하, 하고 한숨을 내뱉으며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또 열이 나는지 뭔지 얼굴이 홧홧한 기분이었다. 고개를 돌린 채로 들고있는 짐을 네 손에 쥐어주고는 자리에서 먼저 몸을 일으켰다.) 어쩌다 이런 놈한테 걸렸는지...
베첼 마인하르트:(당신을 따라 몸을 일으키고 옷매무새를 정돈한 후에 짐을 한손으로 들고 반대쪽 손을 또다시 당신에게 내밀었다.) 그래서, 이런 놈이라 싫어? (장난스럽게 묻고 그 자리에 서서 창밖을 다시 바라보았다. 얼마나 가야하려나...)
아담 리히트:내가 언제 싫댔나. (장난스러운 어투에 짧게 입을 비죽이며 네 손을 잡는다. 창 밖을 바라보는 너를 이끌듯 잡은 손을 끌어당기며 다시 로비 쪽으로 느릿하게 향했다.) ... 왔던 길을 돌아가는거니까 그렇게 여행길이 힘들진 않을거야.
베첼 마인하르트:그래... 너무 힘들지는 않았으면 좋겠네. (자신이야 괜찮지만 상대는 그게 아니지 않나. 말로 뱉으면 또다시 과보호라는 말을 들을까 소리내어 밖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당신의 속도에 맞춰 걸으며 다시 슥 주위를 둘러봤다.) 더 챙길 건 없는 거지?
아담 리히트:음, 내 건 다 챙긴 것 같아서. (장난스럽게 꼭 잡은 손을 살짝 들었다 내렸다.) 너만 빠트린게 없으면?
베첼 마인하르트:(손이 들렸다 내려가는 움직임에 또 속없이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래, 나도 다 챙긴 것 같네. 가자.
그렇게 도서관 밖으로 다시 나서면... 새삼스럽게 도서관 근처가 일전에는 꽤나 큰 번화가였다는 사실을 인식합니다.
도로의 양쪽으로 높고 낮은 건물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다양한 상점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사람의 자취는 찾을 수 없어 차갑고 조용한 거리입니다.
날이 더 추워지지만 않는다면 3일 안에 충분히 이 지역을 빠져나갈 수 있을 거예요.
단지 염려되는 것이라면 역시 아담의 상태겠지만요.
마땅히 쓸 약도 없는데다, 있다고해도 효력이 없다보니 더 걱정이 앞섭니다.
아담 리히트:일단, ... 저 쪽으로 가볼까.
그의 인도대로 걸음을 이어봅시다.
베첼 마인하르트:저쪽? (더 묻지는 않고 천천히 따라갔다.)
그를 따라 걸음을 옮기다보면... 커다란 도로 표지판을 하나 발견합니다.
<직진은 기차역, 좌회전은 시청, 우회전은 학교>라고 쓰여있습니다.
그러고보면 시청과 학교는 일전에 사람들과 함께 둘러 본 적이 있었죠.
몇 가지 생존용품 외에는 크게 얻은 것도 없었습니다.
아담 리히트:기차역 쪽으로 가서, 이 곳의 정확한 위치 정도나 확인 해볼까. 이젠 둘 밖에 없으니까. (그리 말하고는 너를 물끄럼 올려봤다.)
베첼 마인하르트:그래, 그것도 좋지. 시청이랑 학교는 한 번 갔다오기도 했었고. (가만히 눈을 맞추며 말하고 씩 웃었다.) 자~ 가실까요.
아담 리히트:무슨 산책가는 것 처럼 말하네. (네 말에 피식 웃으며 표지판을 따라 향했다.)
그렇게 거리를 쭉 따라 걷습니다.
새하얀 눈밭 위로 찍히는 발자국은 오롯이 두사람의 몫 뿐입니다.
이렇게 둘 만 걷는게 얼마만일까요?
처음 하염없이 며칠 내내 눈만 내렸을 때는 마냥 좋아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베첼 마인하르트:마음만이라도 즐겁게 가자는 거지. (올라오는 한숨을 누르며 웃음기를 담아 말하고 이따금 당신을 바라보며 상태를 살피고 다시 앞을 보고 그것을 반복했다.)
아담 리히트:... 억지로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후, 하고 숨을 뱉으면 하얀 입김이 피어올랐다.)
베첼 마인하르트:... ..불편해? 미안. 근데 난... 이렇게라도 안 하면 솔직히 주저앉고 싶을 것 같거든.
아담 리히트:... ... (네 말에 대답 없이 네 얼굴을 올려봤다.) 불편하다는 뜻은 아니고. 그게 너한테 무리인 거라면 하지 말라는 뜻이었는데, ... 그게 편하면 마음대로해. 내가 뭐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네.
베첼 마인하르트:... ... ..응. (꾹꾹 눌러담은 짧은 대답을 내놓고 잠시 눈길을 피해다가 당신을 마주봤다.) 이제와서는 뭐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닐지도 모르는데... 그냥 갑자기 궁금해져서... 왜 따로 다니자고 한 거야?
아담 리히트:이유는 단순해. 그냥, ... 내가 가고 싶은 곳이랑 그들이 가고 싶어하는 곳은 방향이 다르니까. (그리 말하며 옅게 웃었을까.) 원래 그런 단체 생활 전-혀 나랑 안 맞아. 거기 대가리 놈 뭐라도 된 듯 으스대는 꼴도 보기 싫었어. (그리 내뱉는 말은 참으로도 가벼웠던가. 어깨를 짧게 으쓱이기까지 하며 걸음에 속도를 올려냈다.)
베첼 마인하르트:(잘게 웃고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랬구나. 그럴 수 있지. 그럼 네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딘데? (당신의 속도가 빨라지자 그것에 맞춰 저도 같이 빠르게 걸었다.)
아담 리히트:우리 살던 집. (짧은 대답이다. 이어 대답만큼이나 짧은 간극 뒤에 작게 속삭이듯 덧붙여냈다.) ... ... 집에 돌아 가고싶어.
베첼 마인하르트:(그 짧은 대답이 날아와 강하게 귓가를 때렸다. 울렁이는 속을 참고 당신의 손을 조금 더 세게 붙잡았다.) ...그래. 돌아가자. 그동안 방치해둬서 집이 엉망이 됐겠네.
아담 리히트:... 엉망이기만하면 다행이게? 눈에 파묻히지만 않기를 바라야지. (이어 나오는 말은 이죽거리는 소리다. 저도 강하게 네 손을 꽉 잡아냈다.)
거리를 쭉 따라 걸으면 머지 않아 기차역이 하나 보입니다.
이 작은 도시에 잘 어울리는 작은 규모의 단촐한 기차역입니다.
그리 거창하게 꾸며지지도 높게 세워져 있지도 않지만 이곳은 과거, 이 도시를 다른 도시로 이어주는 길이었고, 지금은 우리의 유일한 길이기도 합니다.
건물 안에 들어서면 여전히 공기는 차갑고 무겁습니다.
건물 안 곳곳에도 서리꽃이 수놓여 있고, 오랫동안 사람의 관리를 받지 못해 허름한 모습입니다.
그 사이에서 눈에 들어오는 건, [매표소], [편의점], [의자] 정도네요.
베첼 마인하르트:입, 입. 눈에 파묻혔으면 내가 삽질이라도 해서 꺼내주면 되지. (현실성 떨어지는 소리를 하고는 식량이나 몸을 따뜻하게 덥혀줄 만한 것들 찾아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힘들면 의자에 앉아서 잠깐 쉬고 있어.
아담 리히트:그게 더 말이 안되는 소리인거 알지, 동사하고 싶어? (입이 방정이라고 방금 네게 한소리를 들은 주제에 꿋꿋하게 내뱉는 말은 또 망말이다. 힘들면 쉬고 있으라는 너의 말에 별 다른 말은 얹지않은 채 그러겠다는 듯이 너를 스쳐 의자 쪽으로 향했다.)
편의점 안으로 들어서면... 이미 수차례 사람들이 지나갔는지 진열대는 물론 계산대도 텅 비어있습니다.
그래도 잘 찾아보면 쓸 만한 물건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베첼 마인하르트:(이렇게 얼어죽나 저렇게 얼어죽나 비슷하지 않나. 생각하며 실없이 웃음을 흘리고 쓸만 한 게 없을지 매대와 계산대, 창고를 뒤적였다.)
제일 먼저 매대를 살펴봅니다.
베첼 마인하르트: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관찰 성공
진열대 구석에서 버너용 부탄가스를 발견했습니다.
4개입 중 1개는 누군가 가져갔는지 3개만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버너용이라 가스만으론 뭔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챙겨두도록 할까요?
January 08, 2026 2:40PM베첼 마인하르트:(또 올지 모를 누군가를 위해 2개는 남겨두고 1개만 챙겨 짐 속에 넣었다.)
다음으로는 계산대를 살펴봅니다.
베첼 마인하르트: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관찰 성공
계산대 뒤쪽에 물병 두 병을 발견했습니다.
개봉도 안 한 새 물인 것 같습니다.
식수를 얻을 수 있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살짝 얼어있긴 하지만 녹인다면 금방 마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January 08, 2026 2:40PM베첼 마인하르트:(물병 두 병을 챙겨 짐 속에 다시 넣고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마지막으로 창고를 살펴봅니다.
베첼 마인하르트: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관찰 실패
역시 창고 안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쓸만 한 것들을 다 가져간 모양입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작은 사탕 하나 보이지 않네요.
베첼 마인하르트:역시 다 챙겨갔나... (씁쓸하게 숨을 내쉬고 밖으로 나가 잠시 아담의 상태를 살폈다. 잘 쉬고 있나?)
더 이상 둘러볼 것은 없는 듯 해, 이젠 정말 텅 빈 편의점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서면 의자에 앉아 무언가를 유심히 보고있는 아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베첼 마인하르트:...? 뭘 그렇게 보고 있어?
아담이 앉아있는 곳은 철과 천으로 된 간이 의자가 세 줄로 줄지어 있습니다.
기차가 올 때까지 이곳에 앉아서 기다릴 수 있게 만들어놓은 곳 같네요.
더 이상 이곳에 올 기차는 없겠지만요.
오랜 시간 사람이 끊겨 의자의 철부분은 사이사이가 녹이 슬었고 서리가 껴있습니다.
아담 리히트:지도가 있길래 좀 보고있었어. (네 말에 보고있던 종이를 네 쪽으로 건네보였다.) 누가 놓고갔나 봐? 오히려 잘 됐지. 솔직히 이젠 여기가 어딘지도 잘 모르겠거든.
베첼 마인하르트:(당신이 건네는 종이를 받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래... 애초에 지도를 자주 보고 다녔던 것도 아니고. 이제와서 지도 보고 살려니까 어렵네.
아담 리히트:아하하. (네 말에 소리내 웃으며 네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지도 위로 손을 짚으며 네 옆얼굴을 응시했다.) 봐, 여기가 우리가 있는 곳이고... 우리집은, 이쪽으로... 콜록, ...
말을 내뱉던 아담이 갑자기 기침을 하기 시작합니다.
손으로 입을 막아보지만 기침소리는 한동안 멎을 기미가 없네요.
베첼 마인하르트:... ...잠깐만 말하지 말아봐. 물 가져왔어. 얼른 녹여줄게. 마시고 좀 진정되면 그때 다시 얘기하자. (가방에서 물을 꺼내 장갑까지 벗고 맨손으로 급하게 녹여봤다.)
맨손으로 얼어있는 것을 녹여보려하지만 찬 바깥 공기에 금방 손이 식어버려 그것조차 쉽지않습니다.
한참을 고개를 숙여 고통스럽게 기침하던 아담이 당신의 손 위를 가볍게 덮어잡습니다.
베첼 마인하르트:제발... 좀... (입술을 깨물고 손으로 비볐다가 품에 넣었다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했다. 그러다가 당신의 손이 겹쳐지자 울 것 같은 얼굴로 행동을 멈췄던가.)
아담 리히트:... 괜찮아, 찬 공기를... 큼,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가봐. (가볍게 목을 가다듬지만 목소리에 약간 쇳소리가 섞였다.) 너 손, 시려. ... 너도 감기걸리면, 어쩌려고 그래.
베첼 마인하르트:난 감기 잘 안 걸려서 괜찮아. (힘없이 말하며 생수를 내려놓고 하고 있던 목도리를 풀어 당신의 목과 입과 코를 다 덮도록 둘렀다.) 그거라도 하고 있어...
아담 리히트:나는 뭐, 잘 걸리는 사람처럼 말하네. (네 반응에 미묘한 표정을 지어내다 둘러지는 목도리를 가만히 받고있었던가. 네 체온에 데워진 것은 꽤 따뜻한 덕에 목을 움츠려 천가지 안으로 턱이며 입술을 숨겨냈다.) ... 따뜻하네.
베첼 마인하르트:...목이나 가슴이 아프진 않아? ...아... 나 진짜 뭘 해줄 수 있는 게 없네. ...조금만 더 쉬고 있어. 매표소 갔다올게. (녹이려고 애썼던 생수를 제 품 안에 툭 넣고 장갑을 끼며 매표소로 가 안쪽을 살폈다.)
아담 리히트:괜찮으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그리 말하고는 느릿하게 눈까지 감았다. 말로만 그렇지 폐까지 뻐근한 기분이라 그다지 유쾌하진 못한 탓이다.) -... 다녀와.
매표소는 누구나 다 알겠지만 굳이 설명하자면 승차권을 사는 공간입니다.
세 곳의 매표구 위에는 기차 시간표가 크게 배치되어 있고 그 옆엔 동그란 시계가 걸려 있으나, 긴 바늘은 7에, 작은 바늘은 4와 5사이 그 어느 지점에 멈춰있습니다.
매표구 안은 당연하게도 텅 비어있으며 급하게 자리를 비운 것인지 정리되어 있지 않은 난잡한 모습입니다.
베첼 마인하르트: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관찰 실패
여러 안내사항이 유리에 붙어있어서 지저분한 매표구일 뿐, 특별한 점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난잡한 내부에도 그다지 유익해보이는 것들은 보이지않네요.
쓸만한 것도 없어보입니다.
베첼 마인하르트:(무거운 숨을 털어내고 걸음을 돌려 의자로 돌아왔다.) 아무것도 없더라. ...바로 움직일래? 조금 더 있다가 갈래?
역 내부는 대강 둘러보고 아담에게로 돌아오면 아담은 여전히 목도리에 고개를 묻고있는 모습입니다.
당신이 다가오자 느릿하게 고개를 든 그의 낯빛은 그 사이에 많이 창백해져있네요.
베첼 마인하르트:...괜찮아?
아담 리히트:응, ... 바로 움직이는게 좋지 않겠어? 여기 더 있어봐야 추위 피할 곳도 없어보이고. (그리 말하고는 자리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켜냈다.)
베첼 마인하르트:...그래, 그럼 가자. (몸을 일으키는 당신의 손을 붙잡아 꾹 쥐었다.) 힘들면 말해. 좀 천천히 걷든 내가 업고 걷든 할 테니까.
아담 리히트:기침 좀 했다고 완전 환자취급을... (손을 잡아쥐는 온기에 입매가 옅게 올라붙는다. 이내 먼저 걸음을 재빨리 움직여 너를 선로 쪽으로 이끌어냈다.) 대충 아까 지도를 보니까, 기찻길만 따라가도 어느정도 방향은 잡겠더라고.
베첼 마인하르트:걱정되니까 그렇지... (더 하면 잔소리가 될까 거기서 멈추고 힘없이 웃는 것으로 말을 마무리했다. 그리고는 조금이라도 체온을 올려보려고 당신과 몸을 조금 붙힌 채로 당신이 이끄는대로 걸어갔다.) 그럼 난 길은 너만 믿고 따라간다? 길 잃어버리지 않게 잘 안내해줘.
아담 리히트:넌 무슨, 히어로 했다는 녀석이 길도 못 찾아? 출동 명령 오면 어떻게 찾아간거야? (너와 있으면 참 웃음이 는다. 그게 헛웃음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한쪽 어깨가 닿을 정도로 너와 가까이 붙어서서는 선로를 따라 걸음을 옮겨내면 눈 앞엔 새하얀 세상 뿐이었다.) 말 안하면 길 잃을 줄도 모를 것 같은데.
베첼 마인하르트:히어로가 어디 길 찾아주는 사람이야? 뭐... 요청이 오면 길도 찾아주긴 해야겠지만, 아무튼. 네비게이션 켜고 갔지. 얼마나 잘 알려주는데~ (힘이 빠지지 않게 뻔뻔스럽게 굴며 웃었다. 새하얀 세상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보고는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아는 너는 겨우 눈 좀 쌓였다고 길 잃을 사람이 아니니까 괜찮지 않을까. 네가 잘 찾아주겠지. 네가 이상한 길을 알려줘도 난 그냥 아, 여기가 맞는 길이구나, 하고 갈 거니까 말이야.
아담 리히트:하여간 능청스러운건 어디서 나온 성격인건지, 너네 집 사람들도 다 그렇게 능청스럽나 봐-. (그리 말하며 어깨를 움츠려 올려 목도리 안으로 다시 얼굴을 반절 숨긴다.) 믿음이 넘치는 건 좋은데, -... 나도 사람은 사람인지라 길도 잃고 그래. (벌써부터 눈에 묻혀 잘 보이지않는 선로를 발 끝으로 툭툭 훑어보기도 잠시다. 미묘하게 내려앉는 시선을 반만 가늘게 뜨노라면 하얀 설경에 눈이 시렸다.) 그냥, 그때 집에서 떠나지 말 걸 그랬어.
베첼 마인하르트:우리 집 사람들? 다들 한 능청하지. 우리 가족들이랑 하루만 있으면 나 정도는 능청도 아니라고 할 걸? (장난스럽게 말하고 잠시 손을 놓으며 아예 당신의 어깨를 팔로 감싸 제 몸 쪽으로 끌어당겼다.) 인간적이라 좋네. 네가 길 잃지 않게 나도 옆에서 잘 보고 있을 테니까 걱정마. 지도로 길을 못 찾는 거지 간판이나 표지판... 뭐 그런 건 볼 수 있거든. ... ...그래... 그때 집을 떠나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까... 의미 없는 생각이긴 해. 근데 자꾸 생각하게 되네.
아담 리히트:얼마나 능구렁이들인거야. (바로 혀를 내두르며 네 쪽으로 몸을 기울인다. 덕에 걷는 속도는 느려졌지만 무엇, 그렇게 급하게 갈 여정길도 아닌 탓에 느릿한 걸음을 쉬지않고 놀릴 뿐이었던가.) 그건 다행이네, 앞으로는... 지도 읽는 법도 좀 배우고 그래. 나중에 쉴 만한 곳 생기면 알려줄테니까. (그리 말하고는 이내 깊은 숨을 들이킨다. 짧게 숨이 떨렸다.) ... 안 떠났으면, 뭐가 달랐을까.
베첼 마인하르트:(그저 웃기나 하며 가만히 당신의 어깨를 토닥이다가 단단히 끌어안은 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래, 나중에 여유가 되면 알려줘. 설마 살면서 지도 볼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단 말이야. (당신의 숨이 떨리자 저도 모르게 숨을 멈추고 온 신경을 당신에게 집중시켰다. 그렇게 잠시 당신을 살피다가 긴장을 누그러트리며 말을 이었다.) 글쎄. 몸은 똑같이 추웠어도 마음은 조금 더 따뜻했으려나. 우리가 쌓아놓은 소중한 게 전부 다 거기 있는데... 이렇게 몸만 나와버렸네.
아담 리히트:뭐, 나도 서른 초반에야 지도 보기 시작했지만... ... (말이 느릿하게 흘러간다. 저를 살피는 네게 괜찮다는 제스쳐를 짧게 취하고는 네 등 뒤로 팔을 둘러냈던가. 모양새가 조금 우습지만 어떠랴.) 그러게, ... 결국 이렇게 돌아가고 싶어 할 거면 나오지 말 걸. 우스운 후회야. ... ... 그러고보니, 도서관에 있는 동안 좀 재밌어보이는게 있어서, 책을 좀 읽었었는데... 에베레스트 산을 등산하다가 죽은 시체나 미라에는 이름이 붙는대.
베첼 마인하르트:(속도 없이 당신이 팔을 둘러내는 것이나 그로 인해 닿는 온기에 웃음이 났다.) 그런가... 그래도 나는 나오지 않았어야 한다는 생각은 또 안 드네... 우선 목숨이 붙어있어야 행복도 있고... 소중한 것도 있고... 그런 거잖아. ...뭐야, 하필 읽어도 그런 걸 읽었네. (피식 웃으며 당신 쪽으로 머리를 기울여 툭 댔다가 다시 고개를 세웠다.) 무슨 이름이 붙는데?
아담 리히트:그냥, 온 세상이 눈이니까 에베레스트 등산기 같은 걸 읽으면 도움이 될까 싶었어. 전-혀 도움은 안되는 것 같은 내용의 자서전이었지만, 읽는 건 나름 재밌었거든. (그리 말하며 문득 걸음을 멈춘다. 허리에 팔을 두른채로 몸을 틀어 네 얼굴을 가만 응시하다 눈매를 접어냈다.) 단순해. 그 사람이 입고있는 옷이나 가지고있는 소지품 중에 눈에 띄는 걸로 부른다고 하더라고. 예를 들면, '그린 부츠', '잠자는 미녀' 이런 걸로. 시체를 데리고 내려오는게 더 힘들어서 거기에 그냥 두고 다음 사람을 위한 이정표로 쓴다고 해. ... ... 너랑 나는 뭐라고 이름 붙을까?
베첼 마인하르트:재미라도 있었다니 다행이네. 글쎄... 얼어죽지 않을 거니까 이름이 붙을 일도 없지 않을까? (그러하지 않겠냐는 추측이나 예상보다는 소망에 가까운 말이었다. 당신과 가만히 눈을 맞추며 입술을 달싹이다 뽀얀 숨을 내쉬었다. 습관처럼 당신의 뺨을 감싸고 쓰다듬기 위해 손을 들었다가 냉기가 전해질 뿐이라는 생각에 뺨을 감싸려던 손을 내리고 당신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정말 싫은 말이지만... 혹시라도 그렇게 되어서 이름이 붙여진다면 너는 어떤 이름으로 남고 싶어?
아담 리히트: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원한다고해서 그 이름으로 불릴지 모를 일이고. 다른 이름으로 남겨지게 되도 이미 죽었는데 뭐 어떻게 알겠어. 그냥 시시덥한 농담처럼 해보는거지. (그런 대답을 늘어놓다보면 뺨에 닿으려는 듯 밀려오던 손이 무슨 생각의 흐름인지 저를 끌어안아내는 것에 그저 네 어깨 위로 고개를 묻을 뿐이었던가.) -, 글쎄... 만약 나 혼자라면... 갈색 목도리가 좋겠네. 근데, 있잖아. 베첼. ... ... 정말 혹시라도 만의 하나에, 너와 함께 눈을 감는다면... ... 좀, 부끄럽긴한데 폼페이의 연인같은 이름도 나쁘지 않을것 같단 생각도 해. (그리 중얼거리며 아예 네 품에 완전히 고개를 묻어낸다.) 너는... 어떤 이름으로 남고싶어?
베첼 마인하르트:(마음을 가라앉혀야 할 것은 자신임에도 당신의 등을 토닥이고 쓸어내렸다. 그러는 동안에는 잠시나마 냉기마저 잊었던 것 같다.) 갈색 목도리. 그것도 좋네. 폼페이의 연인은 더더욱 좋고. 죽어서도 함께 할 수 있다면... 행복할 거야. (숨과 울렁임을 눌러담은 말을 나지막히 하나씩 뱉어놓으며 토닥이던 손을 멈추고 다시 당신을 세게 끌어안았다.) 글쎄... 덩굴 문신 그런 거면 좋겠지만 그건 겉으로는 보이는 게 아니니까 어려우려나 싶기도 해.
아담 리히트:(저를 안아내는 품에 네 술렁거림이 담겨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불릴 일도. 네가 어떤 이름으로 남을 일도 없을테다. 무언가로 남는다면 그건 나 혼자 뿐일테니까, 그런 생각들을 마음 속으로만 늘어놓으며 참 태연하게도 웃음소리를 내뱉었던가.) 아하하, ... 덩굴 문신은 지금 당장 나도 못 본지 오래 된 것 같... 쿨럭, 윽-...
당신의 품에 안겨 있던 아담이 갑자기 당신의 어깨를 밀치며 거리를 벌리고는 바닥으로 주저앉습니다.
거세지는 기침소리와 함께 이번에도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고통스러운 태를 취합니다.
베첼 마인하르트:(갑작스러운 힘에 밀려났다가 곧장 가까이 붙어 당신의 등을 쓸어내리고 상태를 살폈다. 찬 바람이라도 막아줄 수 있으면 좋을텐데... 자책 가득한 생각이 들면서도 그보단 뭐라도 해야한다는 생각에 아까 품에 넣었던 물병을 다시 꺼냈다. 조금이라도 녹았어야 하는데...)
당신의 간절한 바람 덕인지 꺼낸 물통은 물이 어느정도 녹아 찰랑거리고 있습니다.
찬물이라지만 적어도 기침을 가라앉힐 정도로 목을 축일 수는 있을 거예요.
베첼 마인하르트:아담... 조금이라도 마시자. 차가워서 힘들어도... 조금만이라도... (뚜껑을 열어 당신의 손 옆으로 내밀었다.)
아담 리히트:흐, 윽... (눈도 채 다 뜨지못하고 네가 건네는 생수병을 잡아든다. 그대로 병 목을 입술에 대고 얼마 되지도 않는 물을 목구멍 너머로 삼켜내노라면 겨우내 미약하게 진정된 호흡으로 눈바닥 위에 이마를 대 비볐다.) 흑... ...
베첼 마인하르트:(더 뭐라 말하지도 못하고 눈바닥 위를 구르는 당신을 붙잡아 품에 넣고 끌어안았다.) ... ...내가, 대신 할 수 있었으면, 윽... 좋았을 텐데. (숨을 참아내며 중얼거리고 당신을 토닥였다.) 제발... 나 너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단 말이야... 나 혼자 두지마, 아담.
베첼 마인하르트: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듣기 성공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 하는 아담을 끌어안고 있노라면, 어디선가 "이봐~!" 하고 누군가가 우리를 부르를 소리가 들려옵니다.
거친 중년 남성의 것처럼 들리는 투박한 목소리는 계속해서 우리를 부르고 있습니다.
이 주변에 사람이 있나요?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을까요?
베첼 마인하르트:누구...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얼른 다시 시선을 내려 아담을 살피고 목소리의 주인을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도와, ...도와주세요. 제발... (크게 내지르지도 못할 소리를 쥐어짜내어 말했다.)
소리의 출처를 찾아 두리번거리면 아까까진 보이지 않았던 사람의 형체 같은 것이 저 앞에 서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먼저 출발한 사람들 중 한 명인 걸까요?
어찌됐던 도움을 주려고 부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베첼 마인하르트:(아담을 등에 업고 소리가 인영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서둘렀다.) 조금만 참아, 조금만... (숨소리나 기침소리가 아직 들리나? 둔해져가는 청각으로 당신을 쫓았다.)
그를 등에 업으면 쌕쌕 거리는 거친 호흡이 들립니다.
기침은 어느정도 멎은 것 같지만 영 숨소리가 골라질 생각을 안 하네요.
그런데, 뭔가 조금 이상합니다.
이렇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를 정도로 기침을 하고 달뜬 숨을 내뱉는 것으로 보아 열이 나야되는 것이 정상인데, 어쩐지 아담의 몸은 이전보다 좀 더 차가워진 기분입니다.
차가운 공기 중에 너무 오래 있었던 탓인 걸까요?
어찌됐던 당신은 아담을 업고 걸음을 서두릅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도움을 받야야해요.
당신은 두 사람을 기다리고 서있는 인영에게로 다가갑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이상한 것이, 왜 사람을 불러놓고 미동도 없이 서있는 거죠?
베첼 마인하르트:저, 저기... 아무나, 제발. (등판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식어감에 따라 점점 머리나 눈가가 뜨거워져 숨이 거칠었다.) 아담. ...아담. 내 말 들리는 거지...? 대답 좀 해줘...
그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건 귓가에 닿는 얕은 호흡 뿐입니다.
그렇게 당신은 의문의 인물에게 다가섭니다.
그리고 이제, 왜 그 인영이 당신을 불러놓고 미동도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알게됩니다.
이 사람, 아니 이 형체…
... ... 살아있지않습니다.
서서 얼어붙은 시체입니다.
베첼 마인하르트: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1d4 굴려주세요
베첼 마인하르트:
rolling 1d4
(
4
)
=
4
이성치 4 하락
그렇다면 아까 들은 목소리는 누구의 것이죠?
추운 날씨에 너무 오래 나와있었는지 이젠 환청까지 들리나 봅니다.
베첼 마인하르트:... ... ...난... 대체 뭘... (힘이 풀려가는 다리를 간신히 세우고 주변에 바람을 막을 곳이라도 있는지 찾았다.)
헌데, 어째서 선 채로 죽어버린 걸까요.
피부가 얼어붙고 경직된 표정으로 눈도 감지 못 한 채 세상을 떠난 것 같습니다.
주변을 살펴보면... 차가운 선로와 하얀 눈밭 밖엔 보이지 않습니다.
베첼 마인하르트:(입술을 꽉 깨물어 정신을 붙들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생각해야 돼... 생각하자... 선 채로 죽어버린 이를 다시 눈으로 훑었다. 아무리 이런 맹추위라도 선 채로 죽을 수는 없을 텐데...)
눈 앞의 시체를 다시금 바라보면, 대략 50대 정도로 보이는 성인 남성으로 보입니다.
이 상태로 몇 개월은 서있었는 듯한 모습이네요.
사인은 동사가 확실해보이나, 왜 이런 모습으로 얼어 죽은 것인지는 어림짐작도 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지나온 길을 향해 팔을 높이 든 채로, 마치 이쪽이 맞는 길이라는 듯한 모습이라니요.
금방이라도 얼어있는 피부를 깨고 살아 움직이기라도 할 듯 역동적인 자세입니다.
거기다가 들고 있는 소지품들도 멀쩡해보입니다.
이 사람은 어떤 이름으로 이 설원에 남게 될까요?
글쎄요, 모를 일이지만 당신이 시체의 소지품을 뒤지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면 그의 물건들을 좀 챙겨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베첼 마인하르트:(아담을 떨어트리지 않기 위해 몸을 한쪽으로 기울여 기울인 쪽 팔에 힘을 주고 남은 손으로 시체의 소지품을 뒤졌다. 지금은 물불을 가릴 때가 아니었으니까.)
당신은 시체의 소지품을 뒤져봅니다.
등에 매달려있는 큰 배낭에는 [가스 버너와 캠핑용 냄비], [얼은 생수병 두 병], [편지]가 들어있습니다.
그 외 옷과 같은 개인 용품들이 보이나 쓸 만해 보이진 않습니다.
베첼 마인하르트:(조심히 아담을 내려놓고 가스 버너에 편의점에서 챙긴 가스를 꽂아 레버를 돌리며 얼은 생수병을 던져넣은 냄비를 얹었다. 그리고는 아담을 한 번 더 살피고 편지를 열어 내용을 빠르게 훑어냈다.)
아담은 아까보다 한결 나아진 표정이네요.
여전히 힘겨운 숨을 내쉬고는 있으나 당신이 무엇을 하는지 지켜볼 정도의 정신은 든 모양입니다.
이어 편지를 펼쳐 내용을 훑어본다면...
딸에게 쓴 편지같네요.
사랑하는 내 딸, 지호에게.
어려운 시기에 애 낳아 기르느라 우리 딸이 고생이 많다.
네 몸 하나 간수하기 힘들 텐데 젖먹이 애 데리고 다니며,
싫은 소리 않고 이 못난 아비 잘 따라줘서 고맙구나.
이 편지를 읽을 때쯤엔 내가 이미 세상을 떠난 후일 테지.
이 길로 쭉 가면 역이 하나 나올 거다.
그 지역 도서관에 사람들 몇몇이 지내고 있다는구나.
너랑 우리 이쁜 손자, 우진이랑 둘만 다니는 것보다는 그 사람들이랑 같이 움직이는 것이 좋을 듯 싶구나.
난 심한 감기에 들어서 오래 못 갈 것 같아.
괜히 늙은 나 하나 때문에 너랑 우진이 길을 막고 싶진 않아 이 아비 먼저 떠나는 걸 용서하려무나.
사랑한다.
베첼 마인하르트:도서관... (조금 전까지 우리가 있던 곳을 말하는 건가. 여기 나오는 딸이랑 손자는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어 생각을 떨쳐내고 대충 던져넣었던 생수병을 꺼내 병 안에 든 얼음을 깨기 위해 바닥에 내리쳤다. 그러는 와중에 시선은 당신을 향했기 때문에 한결 나아진 표정을 발견하고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몸은 좀 어떤 것 같아?
아담 리히트:이젠, 좀 괜찮아. ... 바깥에 너무 오래 있어서 그랬나. 최근엔, 이렇게 걸은 일 별로 없었으니까. (네 질문에 짧게 헛기침을 하고는 괜찮다는 듯 웃어냈던가. 네 하는 태를 가만 바라보더니 고개를 슬 기울여냈다.) ... 물 녹이려고?
베첼 마인하르트:그래... 가다가 건물이 보이면 잠깐 들어가서 쉬자... (눈썹을 늘어트리고 입매를 말아올려 표정을 만들어내다가 당신이 하는 말에 잠시 바닥을 내리치던 것을 멈췄다.) 어? 어, 응. 조각이 더 작으면 더 잘 녹지 않을까 해서. 목 다 상했을 테니까 너 물 좀 먹여야지.
아담 리히트:지극정성이네... (네 대답에 피식 웃고는 얼어붙은 형체로 시선을 돌려 천천히 올려다본다. 은근한 불쾌감에 미묘한 표정을 지어내고는 다시 너로 시선을 굴려냈다.) 꼭 여기서 안 했어도 됐잖아?
베첼 마인하르트:아... (그제야 주변이 좀 보였는지 얼어붙은 시체에 시선이 맺혔다가 당신에게로 돌아왔다.) 미안, 아까는 마음이 좀 급했어서... (얼빠진 목소리로 홀린 듯 말하다가 당신 옆으로 자리를 옮겨 형체와 당신 사이에 서서 당신의 시야 한쪽을 가렸다.) 그래도 이러면 좀 괜찮지.
아담 리히트:이런다고 이미 본게 달라져? (네 말에 장난스레 웃는다. 시체보는 거에 거부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 보다 더 많은 시체들을 보기도 했던 일전의 일들에 비하면 저정도는 그냥 어딘가에 장식되어있는 동상을 본다고 해도 다름이 없음이다. 무릎을 모아 앉아 제 무릎 위에 고개를 툭 올리고는 느른한 표정을 짓기도 잠시.) ... 아까 뭐 열심히 읽던데, 거긴 뭐라고 적혀있었어?
베첼 마인하르트:정 꺼림직하면 내 얼굴 보고 잊어버려. (덩달아 장난스럽게 말하고 몸을 말아 무릎에 얼굴을 댄 당신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행여 깨질까 조심히 옆얼굴을 쓰다듬었다.) 아마도 어떤 아버지가 딸한테 보내는 편지. 읽어볼래? (그리 물으며 당신의 눈 앞에 편지를 펼쳐 내용을 보였다.)
아담 리히트:은근히 얼굴에 자신감이 있어. (뺨을 쓸어내는 조심스러운 손길. 네가 저를 어찌 여기는지는 말로 듣지 않아도 알 일이다. 정말 어쩌다가 제가 누군가에게 이런 존재가 됐는지는 모를 일이나. 그런 것을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옳음에 네가 보이는 편지에 내용에 바로 고개를 돌려 응시하기도 잠시였을까. 길지않은 문장을 읽다보면 다시 눈길이 자연스럽게 네 등 뒤의 남자에게로 향했다.) 이 편지는... 딸한텐 못 전한 모양이네. 도서관에 그런 이름 가진 사람도 없었고.
베첼 마인하르트:그야, 네가 내 얼굴을 좋아해주니까. (당신이 편지를 읽는 동안에는 그것을 방해하지 않으려 당신을 쓰다듬던 손길에도 잠시 제동을 걸어뒀다.) 그래... 그랬으니까 아직도 이 편지가 저 사람 소지품에 남아있던 거겠지. ... ...우리가 지호라는 사람을 만나는 건 확률적으로 어렵겠지? 편지는 다시 저 사람 품에 넣어놔야겠어. 언젠가... 딸이 올지도 모르잖아.
아담 리히트:... 어렵겠지, 아무래도. (남자를 응시하다 다시 고개를 내려 너를 응시한다. 저를 방해하지않으려는 듯 멈춘 손을 가볍게 끌어와 손바닥 위에 뺨을 툭 올려대고는 희게 눈매를 접어 웃어냈다.) 다시 넣어 놔, 그게 맞을걸. 다른 건 훔쳐가도 그런건 건드리면 안되지. (그리고는 키득이는 소리를 냈을까. 그 장난스러운 목소리 사이로도 얕은 기침이 섞였다.) 슬슬 녹는 것 같은데?
베첼 마인하르트:(손바닥에 다시 당신의 체온이 닿자 잔웃음이 흘렀다. 언젠가처럼 당신의 뺨을 쓰다듬고 눈을 맞추고 시간을 공유하자 추위도 잠시나마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래. 그렇지. 넣어놓고 올게. (그리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남자의 품에 곱게 접은 편지를 넣었다. 등 뒤에서 들리는 얕은 기침과 장난기 어린 목소리에 한숨이 목끝까지 차올랐던가. 그것을 도로 삼켜내며 가스로 녹이던 생수를 확인하고 당신에게 내밀었다.) 마셔. 마시고, 짐 다시 챙겨서 출발하자.
아담 리히트:... 베첼, 버너랑 냄비는 챙겨갈거지? 이럴 때 소소하게 쓰기 좋아보이는데. (내밀어진 생수통은 장갑 위로도 약간의 미지근함이 느껴졌던가. 오랜만에 보는 얼지않은 생수를 신기하게도 바라보노라면 뚜껑만 도독, 열어 편지를 품에 넣고 돌아 온 네 쪽으로 다시 내밀었다.) 너도 물은 좀 먹어야 할 거 아니야. 내가 입 댄 건 못 마실테니까, 먼저 마셔.
베첼 마인하르트:아... 응, 그래야지. 다른 사람을 생각해서 놓고 갈까 싶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런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네. (버너와 냄비를 넣기 위해 가방을 열고 안쪽을 정리하며 말하다가 당신의 말에 문득 고개를 들고 잠시 아무런 말도 없이 입매를 올렸다.) ... ...응, 그렇게 할게. (냉기에 건조된 목이 간신히 적셔질 만큼만 물을 마시고 다시 당신에게 내밀었다.) 난 이거면 됐어. 많이 마시면 계속 마시고 싶어질 것 같아.
아담 리히트:(네가 물을 마시고 제게 다시 건네면 그제야 병목에 입술을 댄다. 네가 가방에 그것들을 정리하는 동안 천천히 물을 곱씹듯 마시다, 이내 뚜껑을 닫고는 잠바 속 안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렇게 두면 적어도 얼지는 않을테다.) ... 이 길로 계속 선로를 따라가다보면 쉬어갈 역 하나정도는 있을테니까. 거기까지 힘내볼까. (그리고는 으쌰, 하는 우스운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먼저 몸을 일으켜냈다.) 마저 갈까? 어두워지기 전에는 도착해야지.
베첼 마인하르트:(가스와 버너, 물병, 기존에 가지고 있던 소지품. 그런 것들을 빠짐없이 가방에 챙겨넣었는지 한 번 더 확인하고 한쪽 어깨에 가방을 얹으며 당신을 따라 몸을 일으켰다.) 그래, 계속 가보자. 정 힘들면 말해~ 내가 공주님처럼 안아들고 가줄테니까. (장난스럽게 말하고는 습관처럼 다시 당신의 손을 붙잡고 다음 역이 있을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담 리히트:하, 아무리 보는 사람 없어도 그건 내 자존심이 허락 안 해. (툭 내뱉고는 네 손을 마주 꽉 잡은 채로 남자를 뒤로 한 채로 다시 선로를 향해 걸었다.)
..... .....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요?
해가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떠있기는 했던 모양인지 슬금슬금 시야에 어둠이 내려앉습니다.
눈 앞을 밝혀 줄 만한 가로등도 없는 상황에서 초조해지기 시작할 쯔음, 드디어 건물의 형체가 눈에 들어옵니다.
부디, 저 곳에는 밤 바람을 막아 줄 만한 곳이 있으면 좋겠네요.
아담 리히트:오늘은... 저기서 쉬어 갈까? (잡은 네 손을 끌 듯, 조금 더 걸음에 속도를 붙여냈다. 솔직히 지친 덕에 금방이라도 다리에 힘이 풀릴 것 같긴 하지만.)
베첼 마인하르트:...응, 그러자. (이대로 선로 위에서 노숙이라도 하게 될까 초조해서 미쳐버릴 참이었다. 건물의 형체라도 있다는 것에 안도하며 당신이 끄는 대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걸음이 도착한 곳은 바로 옆 지역에 있는 간이역입니다.
이전에 지나쳐 온 역에 비해 좀 더 협소한 느낌이지만 잠시 바람을 피해 들어가 있기엔 충분해 보입니다.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도착해서 다행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쯔음...
풀썩, 하는 소리와 함께 아담의 몸이 건물 바닥에 힘 없이 쓰러집니다.
베첼 마인하르트:(지금 협소한 게 문제인가 바람을 피할 수 있다는 사실에 조금 신마저 났다. 그러던 중에 힘 없이 무엇인가 쓰러져내리는 소리와 옆에서 느껴지는 움직임에 머리가 차게 식었다. 추위가 오른쪽 목덜미를 예리하게 파고들었다.) 아담!!! (반사적으로 그렇게 소리쳐 부르며 당신 앞에 몸을 낮추고 당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의 이름을 부르며 몸을 낮추고 그의 상태를 확인해보면, 아담은 당장이라도 꺼트릴 것 같은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잠들어 있습니다.
오래 걸어서 지친 탓일까요?
베첼 마인하르트:(터질 듯 쿵쾅대는 심장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바닥에 늘어진 몸을 안아든 채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 의자에 눕혔다. 숨소리가 멀어지는 것이 무서워 의자 바로 앞 바닥에 앉아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놓으면 사라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또 다시 당신의 손을 끌어와 소중히도 붙잡고 제 것은 숨소리도 박동소리도 죽인 채 당신에게 집중했다.)
잡은 손의 온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무리 장갑을 끼고 있다고 한들 말이에요.
베첼 마인하르트:...아담?
그럼에도 가늘게 내뱉어 지는 호흡만은 여전합니다.
그가 살아있다고 호흡으로 얕게 들썩이는 어깨가 말해줍니다.
하지만 이따금 춥다는 말을 내뱉는 것을 보면 온기가 필요한 모양입니다.
베첼 마인하르트:... ...아담. 일어나봐. 잠시만... 잠깐만 일어나봐... (바닥에서 일어나 곧장 눕혔던 당신을 품에 끌어안고 토닥이며 서리가 끼일 듯 물먹은 목소리로 말했다.)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안아도 그는 눈을 뜰 생각을 하지않습니다.
가스버너라도 틀어놓으면 조금이라도 따뜻해질까요?
가스가 조금 아쉽긴하지만, 난로 내용으로도 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베첼 마인하르트:(끈끈이풀이 붙은 듯 잘 떨어지지 않는 손에서 당신을 간신히 떼어 의자에 내려놓고 가방을 풀어내 버너로 불을 켰다. 이럴 줄 알았으면 가스를 조금 더 챙길 걸 그랬나... 후회하면서도 이미 늦은 것이라 머리에서 털어내고는 당신을 품에 안은 채 버너 앞에 앉았다.)
가스 버너의 열기가 피어오르면 생각보다 따뜻하다는 감상을 받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정말 가스를 더 챙길 걸 그랬어요.
그를 품에 안고 있노라면, 당신의 따뜻한 온기가 아담에게도 퍼져나가는 것이 느껴집니다.
추위에 잔떨림이 이어지던 아담의 몸에도 평안이 찾아오면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 것도 같습니다.
베첼 마인하르트:내 어줍잖은 정의가 널 이렇게 힘들게 하네. (중얼거림을 흘려내고 당신을 가만히 토닥이며 짧은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아직 겨울이 찾아오기 전의 어느 날처럼 당신의 이마에 제 이마를 맞대고 사랑을 속삭였다.) 나만 놓고 가면 안돼. 가지마.
잠결에 온기를 찾듯 아담이 당신의 품으로 더욱 파고듭니다.
희미한 온기,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있자니 그의 옅은 숨소리는 자장가처럼 졸음을 몰고 오는 것 같습니다.
나직하게 사랑을 속삭이고 있노라면 천천히 눈이 감깁니다.
당신 역시 긴 여정길에 피로가 몰려오는 모양입니다.
..... .....
두 번째 아침, 간이역
언제 잠에 들었던 걸까요?
… 부스럭, 달그락…
쇠? 아니면 플라스틱인가요.
품에 안고있는 이 외에는 들릴 리 없는 타인의 인기척이 잠을 깨웁니다.
베첼 마인하르트:...? (멍한 머리로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담?
눈을 떠 고개를 두리번거리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여전히 당신 품에 안겨 잠들어있는 아담과,
버너를 품에 안고 당황스러운 눈으로 당신을 쳐다보고 있는 한 여성입니다.
어라.
그거 우리 건데!
베첼 마인하르트:어... 저기. 그거 내려놔주실래요.
무어라 더 말하기도 전에 여성은 황급하게 버너를 안고 어딘가로 뛰어 달아납니다.
쫒아가나요?
베첼 마인하르트:... ... ...하... (쫓기를 포기하고 아담의 상태부터 살폈다. 내가 왜 잠들었지. 속으로 스스로를 타박하고 자책하다가 덩어리진 숨을 삼켜내는 것으로 생각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아담. 슬슬 일어나, 아침이야.
혹독한 날씨에 따뜻한 불을 낼 수 있는 것 하나쯤 있으면 훨씬 생존이 쉬워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것은 우리뿐만 아니라 저쪽에게도 마찬가지이죠.
아담을 두고 그를 쫒아갈 수도 없으니 당신은 포기를 택합니다.
아담 리히트:... ... 무슨 일이야. 소란스럽던데... (잠이 아직 깨지않은 목소리로 네 품에 고개를 비비며 눈을 가늘게 떠냈다.)
베첼 마인하르트:... ...미안해. 버너를 도둑 맞았어. (짧게 상황을 전달하고는 당신의 뺨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내려 눈을 맞췄다.) 잘 잤어? 몸은 좀 어때. 어제 무리를 좀 해던 것 같은데.
아담 리히트:... 아아, ... (네 말에 시선을 돌려 먼 곳을 응시한다. 뭐, 있으면 좋았던 거지. 일전까지 계속 없이 지내오지도 않았던가. 그런 생각이 들면 다시 고개를 돌려 너와 시선을 맞댔다.) 어쩔 수 없지. 우리도 훔친건데, ... 몸은 어제보다 훨씬 괜찮아. 어제 역이 도착한 이후로 기억이 없다는게 문제지만. 넌 좀 자긴했어?
베첼 마인하르트:누가 들어오는지도 모르게 푹 잠들어버린 거 있지. 오랜만에 불 앞에서 잤더니 긴장이 풀렸었나봐. (고개를 살살 저으며 말하고 살며시 웃었다.) 내가 어제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갑자기 쓰러지질 않나, 영 일어나지도 못하고. 간이 콩알만해진 것 같아. 그래도... 다행이야. ...이 안에는 불 피울만한 건 없으려나.
아담 리히트:(네 말에 일순 표정이 미묘해진다. 솔직히 좀 무리를 하긴 했던 탓이다. 하지만, 제 몸상태가 좋지않다고해서 선로에서 노숙 할 수는 없지 않았는가. 그렇기에 평소라면 잘 하지 않을 말도 입 밖으로 잘게 흩어졌다.) ... ... 그게, ... ... 미안... 계속 걱정만 시키는 것 같네. (그리 말하고는 주머니에서 지도를 펼쳐들었다.) 글쎄, 여긴 너무 작아서 뭐가 더 있을 것 같진않던데, 다음 역은 좀 크긴한데 거리가 생각보다 멀어.
베첼 마인하르트:(당신에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 탓인지 평소보다 당신의 표정 변화가 예민하게 받아들여졌다. 당신의 입으로는 잘 듣지 못했던 말까지 더해지자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부시시 웃음을 흘려낼 뿐이었다.) 미안하면 몸 안 좋으면 안 좋다고 바로 바로 말해. 나 몸 쓰는 일 잘하는 거 알잖아. 너 업고 충분히 이동할 수 있어. (슬쩍 고개를 밀어넣어 지도를 눈으로 훑고 물었다.)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아담 리히트:계속 말하지만, 은근히 자존심 구겨진다니까. (보는 사람도 없는데 무슨 자존심타령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여간, 너를 얼마나 사랑하던, 너를 얼마나 믿던, 너에게 제 약한 부분을 낱낱히 드러내고 싶지않은 건 앞전의 인생이 타인을 믿을 수 없던 삶이기 때문일테다. 쉽게 달라지지 않을 부분이다. 아마도, 앞으로도. 그런 생각을 속으로만 씹으며 네게도 잘 보이도록 지도를 틀어 네 앞에 보인다.) 어제 여기서 출발했고, 지금은 여기. ... 우리는 이제 이쪽으로 갈건데. (느긋한 어조가 흐른다. 손끝으로 선로가 표시된 길을 따르며 네게 지도 읽는 법을 가르쳐주듯 그리도 굴었던가.) 문제는 다음 역으로 가는 길에 강이 있단 말이지.
베첼 마인하르트:뭐 어때~ 몸이 좀 힘들어서 거진 남편이나 다름없는 애인 등에 업혀서 간다는데 그게 그렇게 부끄러울 일이야? (가벼운 어투로 말하고 강요가 되지 않으려 거기서 멈췄다. 밀어붙여서 사소한 다툼을 만들고, 미묘한 전기를 튀기고 그럴 여유조차 없으니까. 그렇게 얌전히 당신의 손이 움직이는 대로 시선을 옮겨가며 길을 확인했다.) 음... 큰 강이야? 기차가 다녔던 길이면 분명 강 위에도 선로가 있을 텐데... 그쪽으로 건너는 건 어려우려나. 아니면... 단순히 건너는 것 말고 다른 문제가 있는 거야?
아담 리히트:... ... 베첼, 잘 봐. (큰 강이야? 하고 묻는 네 물음에 바로 눈을 가늘게 접어낸다. 이 치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에 재능이 있지 못 한 탓이다. 간단한 것도 모르냐는 투로 여기 축적을 보면-, 하고 설명이 짧게도 이어진다. 이 지도는 큰 지도는 아니라고는 해도 근방을 모두 나타내고 있음에 축적비가 높다던가의 얘기를 하고있라면 이내 다시 시선이 네게로 향했다.) 그냥 강도 아니고 빌어먹게도 큰 강이라는거지. 여기 다리가 있긴 한데, 강 바람은 매서우니까. ... 엄청 추울 걸.
베첼 마인하르트:... ...응? (크게 뜬 눈을 느릿하게 꿈뻑이다가 가능한 최대한의 총기를 담아 당신의 설명을 듣고 지도 위에서 시선을 굴렸다. ... ...그래, 엄청나게 춥고 바람이 강하다는 거구나. 이해했다! 그 뜻을 전하려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럼 어떻게 하지? 우회해서 가기엔 너무 멀어지지 않겠어? 거리가 생각보다 멀다며. 우회하기 위해 어디까지 가야할지도 모르고...
아담 리히트:그게 문제겠지. (네 말에 짧게 한숨을 내쉰다.) 뭐, ... 돌아가자고하면 끝도 없이 여정이 길어질 것 같아서 곤란해. 근처에 쉬어갈 곳이 더 있을지도 모를 일이고. 강행해야지. (그리 말하며 네 어깨에 옆머리를 툭 댔다.) ... 정 힘들면 그때는 자존심 좀 꺾고, 남편이나 다름 없는 애인에게 좀 업혀가야겠지만?
베첼 마인하르트:(고된 길이 되겠구나.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몸에 슬슬 긴장이 더해져갈 무렵에 어깨에 동그란 온기가 닿자 경직되어가던 것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그래, 언제든지 어디까지든지 업어줄 테니까 이번 한 번만 자존심 꺾어줘. (차게 언 당신의 머리칼에 짧게 입을 맞추고 당신을 토닥였다.) 정해졌으면 슬슬 움직일까?
아담 리히트:아하하, ... 공주님 안기보단 업히는게 낫지. (그리 말하며 몸을 일으켜 선다. 이어 네게 손을 내밀고는 잡고 일어나라는 듯 굴기도했을까.) 가자, 베첼.
베첼 마인하르트:어라, 꽤 믿음직스러운데. (장난스럽게 말하며 당신의 손을 붙잡고 다리에 힘을 넣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버너와 가스가 빠진 가방이 영 허전하지만 당신의 말마따나 자신도 훔쳐온 것이었으니 잊어버리자는 마음으로 머리를 흔들어 생각을 떨쳐냈다.)
이제 다시 출발해볼까요?
날이 지기 전에 다음 역까지 가려면 서두르는게 좋겠어요.
..... .....
저벅저벅...
선로 위로 두 사람의 발자국이 남습니다.
자갈돌과 눈들이 이리저리 뒤섞이면서 내는 소리가 계속해서 맴돕니다.
아무리 선로를 따라 걷는다지만 뭔가 불안한듯 아담은 계속 지도를 보며 걷고있습니다.
베첼 마인하르트:...아담. 지도 내가 볼까?
아담 리히트:... 아니, 음... 아니다. 지금이라도 지도 보는 법 익혀봐야지. 너도. (퍽 장난스레 말하며 너를 돌아보고는 짧게 웃었을까. 네 쪽으로 가는 방향만큼 접은 지도를 내밀어보였다.)
베첼 마인하르트:(당신이 내미는 지도를 받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당신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냥 주변에 있는 건물이랑 지도랑 대조해가면서 가면 되는 거야?
아담 리히트:음, 그렇지. 보통은 그렇게 읽는게 가장 무난하긴 해. 네비게이션 읽을 때도 그렇잖아? 종이라고 어렵게 볼 거 없어. (그리 말하고는 네 옆으로 조금 더 가까이 붙었다.) 지금처럼 이렇게 보이는 건물 없을 때가 지도 읽기 제일 난해하지만.
베첼 마인하르트:(당신이 옆에 붙자 자연스럽게 어깨에 팔을 감아 당신의 어깨를 안았다.) 그럼 지금 같은 때는 어떻게 해? 이렇게 허허벌판일 때는? 길을 따라가면서 감에... 의지하나?
아담 리히트:여행가라면 위도경도따위를 보겠지만, 우리는 뭐 그런 사람들은 아니고. ... 애초에 나침반도 없고. (어깨를 안는 손에 피식, 바람새는 웃음을 내지었다.) 감 따라가다간 길 잃기 쉽상이야. 자기야. 그나마 다행인건 지도에는 선로가 표시되어있고, 우리는 선로를 따라가는 중이라는 거겠지? 읽을 수 있게되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만약, ... ... 아니다. 이런 얘기는 하지말까.
베첼 마인하르트:(대답과 추임새를 섞으며 당신의 설명을 제법 흥미롭게 듣다가 마지막 말에 조개처럼 입을 딱 다물었다. 얼마간 숨소리도 내지 않고 걷기만 했던가. 마음을 어느 정도 진정시켰는지 그제야 입을 열었다.) 하지마. ... ... 지도 읽는 건 어느 정도 배웠으니까 우선 걷는 데 집중하자.
아담 리히트:... ... 그럴까. (대답은 느렸다. 비단 제 몸상태 뿐만 아니라, 체력적으로도 솔직히 이 사태가 더 길게 이어진다면 저는 오래 버티지 못 할 것을 알았다. 단순히 빌런이었을때 도망자로서의 그때와는 달랐다. 아니, 여전히 빌런인 채로 나 혼자였으면 또 달랐을까? 그런 가정들을 늘어놓다보면 길게 한숨만이 나올 뿐이었다.)
대화가 끊긴 채로 걸음을 이어나가다보면 곧 두 사람은, 장활한 강가를 마주합니다.
지독한 한파에 얼어붙은 강입니다.
꽝꽝 얼어붙은 모습이 그 위로 지나가도 문제없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런 모험은 하지않는게 좋겠죠.
물론, 아까 확인한 지도 상에 근처에 선로길이 지나는 다리가 있었으니 안전하게 그쪽으로 가도 되겠지만요.
그런 생각에 선로가 이어진 다리 쪽을 쳐다보면… …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중간 부분이 뚝 끊겨서 강가 아래로 처박힌 끊어진 다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아담 리히트:... ...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베첼 마인하르트:... ... ... ...하. (한숨인지 탄식인지 모를 것을 내쉬고 주위를 둘러봤다. 다른 수단은 없나?)
주변을 살피면 끊어진 다리 외로는 얼어붙은 강만 보일 뿐입니다.
혹시 모르니 지도를 다시 살펴볼까요?
베첼 마인하르트:(갑갑한 마음을 누르고 지도로 다시 시선을 내렸다.)
지도를 살펴보면... 대략 몇 시간 정도 걸으면 다리 하나가 더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둘러가면 해가 지고 나서도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 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시간이 걸려도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길을 갈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강 위를 걸어볼지.
그것은 당신의 판단입니다.
베첼 마인하르트:... ...너... 컨디션은 좀 어때.
아담 리히트:... 간밤에 푹 잤더니 상태는 꽤 괜찮아. 왜? (네 말에 너와 시선을 맞댄다.)
베첼 마인하르트:고민 중이야... 언 강을 건너야 할지 아니면 우회해서 다리로 건너야 할지.
아담 리히트:난, ... (네 말에 조금 고민하는 기색을 보였던가. 이내 네 손을 꼭 잡아 쥐고는 짧게 웃어냈다.) 보면 꽤 언 것 같은데, 그냥 지나가는게 낫지 않겠어?
베첼 마인하르트:원래 이렇게 큰 물일수록 잘 안 얼잖아. 얼어도 얕게 얼고... (생각에 빠져있느라 웃는 것도 깜빡했던가. 맞잡은 손을 가만히 보다가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시간도 오래 걸릴 것 같으니까 강이 잘 얼었는지만 확인해보고 괜찮은 것 같으면 이쪽으로 넘어가자.
강은 그저 보기에도 두껍게 얼어있는 것 같습니다.
새하얀 겉면 아래로 얼마나 깊게 얼어있는 것인지 가늠도 안 갈 정도로 새파란 아래가 보이네요.
괜찮을 거예요, 인류의 절반 이상을 몰아낸 추위인걸요.
그런 추위가 얼어붙게 한 강인데, 사람 두 명 건너는 것쯤은 버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베첼 마인하르트:...잠시만 기다려봐. (그리 말하며 조심히 얼어붙은 강 위로 먼저 한 발을 내딛었다. 안전한가? 시선을 떨궈 다시 발 밑의 얼음을 살폈다.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도 곧잘 했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인지 이렇게 겁만 많아졌다.)
얼음 바닥에 발을 올려보면, 발 아래가 단단한 느낌이 듭니다.
아직은 강변이라 물이 얕아 더더욱 강하게 얼어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아담 리히트:네 체중이 두명 분이라 너만 버티면 나 정도는 문제 없겠는데? (조심스럽게 걱정하는 너를 달래듯 퍽 가벼운 어투로 말했던가. 네 옆으로 가까이 다가서지만 네가 괜찮다 할때까지 얼음 위에 발을 올리진 않았다. 넌 걱정이 너무 많으니까.)
베첼 마인하르트:...응, 괜찮을 것 같아. (바싹 언 얼음 만큼이나 얼굴 근육도 굳어가는 것 같았다. 두 발을 모두 얼음 위에 올리고 당신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천천히... 조심히 가자.
천천히, 그리고 조심히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강의 안쪽으로 갈수록 하얗게 쌓인 눈이 녹지 않은 채 빙판을 덮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아무도 이 위로 지나가는 것이 용납되지 않았던 것처럼, 새하얀 눈밭은 깨끗하기만 합니다.
아담 리히트:(그럼에도 긴장 되는 듯이 네 손을 꽉 잡고는 천천히 빙판 위로 걸음을 옮긴다. 발 아래에 신경을 집중하고 말을 삼켜냈다.) ... ... 응, 천천히... (이어 혹여나 미끄러져 넘어지지않게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겨냈다.)
베첼 마인하르트:(... ...이렇게 온 세상이 얼어붙기 전에는 겨울은 언제나 행복하기만 한 계절이었다. 새하얗고 고요한 세상에 서서 마치 도화지 같은 거리를 보고 있으면 그 위에 그림을 그려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좋아졌었다. 이 재난이 막 시작 됐을 때까지만 해도 처음 며칠은 뭣도 모르고 좋아했던가. 눈사람을 만들고 장난을 치고. ...이제는 꼴도 보기 싫은 것이 저 새하얀 눈이었다. 괜히 이렇게 잡념이나 떠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어 강 건너와 발이 내딛을 곳, 그가 내딛는 곳으로 시선을 이리저리 옮겨다녔다.)
뽀득 뽀득… 조용한 겨울 소리, 긴장한 탓에 둘은 한 마디 나누지 않고 얼음 위를 걷고 있습니다.
염려했던 강의 중심부도 단단하게 얼어있는 모습이네요.
이대로 무탈하게 남은 길을 마저 건널 수 있다면 좋을텐데요.
베첼 마인하르트: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듣기 성공
그런데, 뭔가...
어디선가…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않나요?
눈 밟는 소리 말고, 조금 소름 끼치는.
마치, 아이가 우는 것 같은 소리요.
베첼 마인하르트:... ...잠...깐만... 지금 이거 무슨 소리야? (그 자리에 우뚝 선 채로 사방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봐도 소리의 출처를 찾을 수 없습니다.
너무 긴장해서 들린 환청… 인 걸까요?
베첼 마인하르트:(소리의 출처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우선 강부터 마저 건너 안전을 확보하고자 당신의 손을 조금 더 강하게 붙잡았다.) ...가자.
그의 손을 붙잡고 걸음을 다시 내딛는 순간.
쩌적… 쩍…
불안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잠깐, ... 잘못 들었나?
아니… 잘못 들은 게 아닙니다.
소리의 정체를 파악하기도 전에 온몸이 굳어버립니다.
아담 리히트:... 베첼.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아도 본능은 이 소리를 알고 있습니다.
베첼 마인하르트:... ...
이 소리는 분명… 빙판이 깨지는 소리입니다.
그 순간입니다.
다리가 무너져 내려 얼음에 처박혀 있던 부분, 그 부분에서부터 커다란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그 금은 우리를 노리고 다가오는 모양으로 뻗어져 나오고, 그 진동이 선명하게 발끝에서 전해져 옵니다.
아, 그제야 알았습니다.
이 강은 다리의 잔해와 같이 얼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얼은 빙판 위로 다리의 잔해가 박혀서, 쪼개져 가는 중이었나 봅니다.
아담 리히트:... 하나 둘 셋, 하면 강 끝까지 젖먹던 힘까지내서 달리는거야. 할 수 있지? 몸... ... 잘 쓴다며.
베첼 마인하르트:... ...너 손 놓기만 해.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고 당신의 손을 강하게 잡아끌며 강 건너로 달렸다.)
셋을 셀 시간도 없이 두사람은 내달립니다.
뒤를 돌아볼 새도 없어요.
당신의 뒤를 따라오는 아담의 발이 얼음 위에서 헛도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달려야해요.
빙판이 깨지고, 무너지는 소리가 등 뒤에서 거세게 들려옵니다.
흡사 아이가 비명을 지르는 것 같은 소리, 그것은… 깨진 빙판이 빙판끼리 부딪히며 내는 소리였나봅니다.
거친 호흡에 입매에서 새하얀 입김이 번져 시야를 가립니다.
곧, 곧 있으면 반대편 강변으로 올라갈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 ... 그러면...
아담 리히트:-, 베첼! 끝까지, 그냥, 달려...!
무슨 말이 들렸죠?
아니, 그의 목소리보다 크게 닿는 것들이 있습니다.
풍덩...
그 이질적이고 원하지 않던 소리와 더불어,
그의 손을 잡고 있어야할 당신의 손아귀에는 벗겨진 장갑만이 들려있습니다.
베첼 마인하르트:... 아, ...담... (손아귀에서 당신이 빠져나가고 허물만이 남자 발 밑이 깨지고 있다는 것도 까맣게 잊은 채 그 자리에 멈춰섰다.) 아담!! (그리고는 앞뒤 가릴 것도 없이 강으로 뛰어들어 당신을 붙잡기 위해 당신을 찾아 사방을 헤맸다. 물이 차가운가? 잘 모르겠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상황을 파악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 차디찬, 얼음의 잔해들이 넘실 거리는 깊고 깊은 강으로 뛰어드는 데에도 무슨 생각을 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강의 물은 시야가 시퍼렇다 못해 새까말 정도입니다.
눈알이 얼어붙을 것 같은 한기에 눈을 뜨는 것 마저도 어렵습니다.
베첼 마인하르트: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관찰 실패
안되겠어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이 곳에 당신 혼자만 남았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이 장황한 얼음 잔해들 사이에 아담은 보이지 않아요.
베첼 마인하르트:(새하얀 눈밭에서는 네 검은 머리칼이 참 잘 보였는데, 그래서 좋았는데. 이제는 하나도 보이지가 않는구나. 피부에 닿는 것이 강물인지 체내에서 안구를 통해 밖으로 빠져나온 액체인지 알 수가 없었다. 제발 나타나라고 빌며 다시 한 번 주위를 살폈다.)
베첼 마인하르트: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관찰 성공
빌었던 것이 효과가 있는 것일까요?
당신의 시야에 언듯 새하얗게 질린 손이 물 밖으로 깨져버린 얼음을 짚다 물 안으로 다시 첨벙이며 가라앉는 것이 보입니다.
베첼 마인하르트:(당장 가까이 가 당신의 허리를 팔로 감싸 끌어안고 강 끝으로 가기 위해 다리를 움직였다.) 아담, ....아담.
당장 아담에게 다가가 그를 끌어안으면 검은 머리통이 물 위로 불쑥 드러납니다.
정신을 잃은 것인지 고개가 바로 서있지 못하고 꺽여져 힘 없이 늘어집니다.
그 모습을 보고있노라면 기이한 소름이 손 끝에서부터 쫙 올라옵니다.
아무리 물에 빠졌다고는 하지만, 이게 정말.
사람을 품에 안고 있는게 맞나요?
미동도 없이 당신에게 몸을 맡긴 이건, ... 마치 시체를 껴안은 느낌이 듭니다.
베첼 마인하르트:
SAN Roll
기준치: 46/23/9
굴림: 56
판정결과: 실패
1d4 굴려주세요.
rolling 1d4
(
1
)
=
1
이성치 1 하락
일단 그를 뭍으로 올려 상태를 확인해보는게 먼저입니다.
죽었든 살았든 확인을 해봐야해요.
베첼 마인하르트:(뭍으로 아담을 먼저 올리고 서둘러 올라가 맥을 짚거나 숨소리를 확인하는 등 상태를 확인했다.)
아담을 뭍으로 끌어올려 상태를 확인해본다면...
맥은 미약하지만 분명히 뛰고 있습니다.
하지만 물에 젖은 상태인데다가 바깥공기가 얼어붙은 덕에 검은 머리카락이 하얗게 얼어붙는게 보이네요.
그건 당신도 상태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이대로라면 둘 다 죽을지도 몰라요.
베첼 마인하르트:생각하자, 생각... 제발... (체온이라도 유지해보기 위해 당신을 품에 가둔 채 꽉 끌어안고 고개를 돌려 주위에서 불을 피울만한 것이나 바람을 피할 곳이 없는지 찾았다.)
주위를 둘러보고 있노라면 어디선가 인기척이 들립니다.
누군가의 목소리: 괜찮아요? 거기 누구 있어요?
베첼 마인하르트:...윽, ...아... ...도와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어디에 있는 누구인지도 모를 이를 향해 비명을 지르듯 빌었다. 추위 때문인지 설움 때문인지 몸이 덜덜 떨렸다.)
이런 곳에 누가 있는걸까요.
아니, 누구래도 상관없겠죠.
도움을 받을 수 만 있다면 누구라도요.
필사적으로 목소리의 주인에게 도움을 청하면, 두꺼운 옷차림의 남성이 수풀을 헤치고 당신 곁으로 내려옵니다.
누군가의 목소리: 와, ... 저 강을 건넌겁니까? 용감들 하시네... (너와 품에 안긴 그를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을까. 그 표정도 오래가지 못하고 금방 찌푸려졌다.) 아, 감탄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안 좋아보이네요. 잡담은 나중에 하고 일단 이것도 덮고 있어요. 당신 상태도 말이 아니니까.
남자는 그리 말하며 자신의 점퍼를 벗어 당신에게 덮어줍니다.
누군가의 목소리: 조금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이 근처가 제 집이거든요. 금방 차를 몰고 올게요.
베첼 마인하르트:(남자가 벗어서 덮어준 점퍼를 끌어와 아담을 덮고 그 채로 조금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남자가 있는지 없는지 생각하고 살필 정신도 없이 그렇게 몸을 웅크린 채로 말했다. 입이 얼었는지 얼이 빠졌는지 끝도 없이 발음이 뭉개졌다.)
당신의 반응에 남자는 바로 다시 수풀을 헤치고 언덕을 뛰쳐 올라 사라집니다.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요, 지금 이 순간이라면 평소엔 믿지 않는 신이라도 붙잡고 울며불며 부탁하고 싶은 심정일지도 모르겠네요.
누군지도 모르는 그 남자가 돌아올 때까지, 당신은 차갑게 식은 아담을 끌어 안고만 있을 뿐입니다.
베첼 마인하르트:(아담을 끌어안은 채로 그의 희미한 숨소리에 집중하며 남자가 빨리 돌아오기를 혹은 기적이 일어나기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 .....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요?
다시 돌아온 남자는 이럴 줄 알았다는 듯이 커다란 담요를 펼쳐 당신의 등을 덮어줍니다.
정철 :일단, 차에 가죠. 히터를 따뜻하게 틀어두었으니 몸을 녹이면서 갈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 말하며 너를 부축하듯 팔을 잡아 일으켜냈다.) 일행분은 제가 업을게요.
베첼 마인하르트:아, 아니요. ...괜찮습니다. 제가 업고 갈 수 있어요. (넋 나간 목소리로 말하고는 아담을 품에 안은 채로 일어나기 위해 다리에 힘을 넣어 몸을 일으켰다.) ...제가 할 수 있어요. 괜찮아요.
정철 :... 정말 괜찮겠어요? (불안해보이는 표정으로 너를 부축해 일으켜냈다.) 차를 가지고 여기까지 들어 올 수는 없어서, 머지않은 곳에 대놓았습니다. ... 조금만 힘내요.
베첼 마인하르트:...네. (혹시 휘청이기라도 하면 아담을 뺏길까 티가 나지 않게 입술 안쪽 살을 깨물어 정신을 붙들어가며 오른 다리에 힘을 주어 걸었다.)
남자의 도움으로 당신은 간신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킵니다.
다행이도 남자는 더 당신에게서 아담을 뺏어 들 생각은 없어보이기도 하네요.
그렇게 그의 부축을 받아 주차된 차로 이동합니다.
뒷좌석의 문을 열어주며 두사람을 먼저 태운 남자는 이어 문을 닫고 운전석으로 향합니다.
이어, 다시 시동을 거는 소리가 들리고 차가 느릿하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 .....
처음 보는 사람의 덜컹거리는 차 안,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르는 차 안에 몸을 맡겼습니다.
창밖으로는 눈밭의 풍경이 잔상을 남기며 빠르게 지나갑니다.
잠시 눈치를 살피던 남자는 백미러로 당신을 보며 말을 건넵니다.
정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도착해서 묻겠습니다. 대충은... 알 것도 같지만요. 근데 그 사람 살아있는 건 맞죠?
베첼 마인하르트:... ... ...살아있어요. (상대의 말에 대답하는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에게 되뇌이는 말인지 모르게 뭉개지는 발음으로 소리를 뱉어냈다.)
정철 :... ... 그나저나, 급한 상황이라지만 이렇게 흉흉한 세상에 모르는 사람 차를 너무 쉽게 얻어타는거 아닙니까? (분위기를 바꿔 볼 요량인지 조금은 웃음기가 섞인 목소리로 네게 장난을 쳤다.) 하하하... 뭐, 저는 이상한 사람은 아니지만요.
베첼 마인하르트:(웃음기 섞인 목소리에 문득 고개를 들어 백미러에 비친 남자를 바라봤다. ...그래, 내가 또 마음이 급해서 주변도 못 보고... ... 자책 가득한 생각이 또 하나 쌓였다. 다시 시선을 아담에게 내리고 느리게 대화를 이어갔다.) ...스스로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고 하셨으니까 그 말을 믿어야죠. 혹시 이상한 사람이라고 해도 이제와서 도망칠 방법도 없고... (그리 말꼬리를 흐리고는 웃지 못하는 눈으로 다소 어그러진 미소를 지어보였다.)
정철 :어쨌던 당신 덩치에 무슨 생각을 하려는 생각은 보통 사람이라면 또 안하겠지만요. 재해 전에는 선수라도 했습니까? (그러니까 그 강을 건널 생각을 했지, 하는 혼잣말을 이으며 핸들을 돌렸다.) 하하하, 단지 난처한 상황이신 것 같길래, 돕고 싶었던것 뿐이니까요. 운이 좋았네요.
당신 품 안의 아담은 옷 위로도 느껴지는 한기가 강합니다.
몸은 딱딱하고 차게 굳어가는 와중에도 금방이라도 멎을 것 같은 작은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있네요.
베첼 마인하르트:네... 뭐... 몸 쓰는 일 하고 살았었죠. (두루뭉술하게 말하며 온신경을 아담에게 집중했다. 그 작은 숨마저 그 어떤 소리보다 크게 들리고 있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감사해요. ...덕분에 살았어요.
정철 :그렇게 끌어안고 있는거보면 소중한 사람인가봅니다. ... 멀지 않은 곳에 제 보신처가 있어요. (다시 앞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거기는 따뜻한 잠자리도, 밥도, 약도 있으니 걱정은 잠시 접어두시고 당신도 가는 동안은 눈 좀 붙이는게 어떻겠습니까. 어떤 상황이든지 어찌됐던 본인 건강이 제일 우선이거든요.
베첼 마인하르트:...말씀은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요. ...저는 아직 버틸만 해요. 그러니까 상태가 나아지면... 그때 쉴게요. 지금은 그냥... 이렇게 있고 싶어요. (한시라도 눈을 떼면 그 사이에 아담이 어떻게 되어버릴까 그런 공포에 사로잡혀 쉬려고 해도 쉴 수가 없었다. 아무리 스스로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고는 했지만 그런 말을 들어버린 이상 경계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고. ...세상에 믿을 구석이 단 한군데도 없는 것만 같았다.)
정철 :... 마음이 놓이지않는다는데 억지로 또 마음 놓으라고 할 생각은 없습니다. 말 더 안 걸테니 눈 붙이진않아도 쉬기는 하세요.
오랜만에 느껴보는 따뜻한 온도.
하지만 그렇게 히터를 틀어대, 옷의 물기가 말라가는 느낌을 받는 와중에도 아담의 몸은 따뜻해질 기미가 안 보입니다.
불안한 마음이 술렁이며 가라앉지 않는 기분입니다.
..... .....
그렇게 얼마나 차를 타고 이동했을까요?
정철 :저기 보이는군요. 저기가 제 보신처입니다.
베첼 마인하르트:...(남자의 말에 힐끗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봤다.)
남자의 말에 고개를 들어 창 밖을 보면... 창 밖에는 거대한 돔이 보입니다.
그 사이 점점 더 가까워져가는 돔은 어떤 연구소처럼 보이기도, 어떤 시설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오래 달리지 않아, 드디어 차가 멈춥니다.
먼저 운전석에서 내린 남자가 돔의 입구에서 뒷좌석의 문을 열어주네요.
정철 :일단 내리실까요. 조심하시고요.
베첼 마인하르트:...감사합니다. (목례하고는 아담을 품에 꽉 안은 채 조심히 차량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정철 :이 곳은 제가 만든 식물원입니다. 규모가 상당하죠? (네 등을 손으로 부축하며 건물 안 쪽으로 걸음을 옮겨냈다.) 그러고보니 소개가 늦었군요. 제 이름은 정철입니다. 식물학자죠. 당신은요?
베첼 마인하르트:아... 식물학자... (옛날이었으면 대단하다, 신기하다, 여긴 어쩌다 만들게 됐냐 그런 말들로 너스레를 떨었으려나. 아주 까마득한 시간이 지난 것처럼 이전의 자신은 어땠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마인하르트입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철 씨. (그 손에 등이 밀려 안쪽으로 이동하면서도 주위를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사실 이젠 전부 아무래도 좋을지도 모르겠다.)
아담도 같이 멀쩡히 이 광경을 보고있는 상황이었다면 당신의 반응도 달랐을까요?
글쎄요, 모를 일입니다.
주위도 살펴보지않는 당신을 보며 정철은 그런 반응을 예상 했다는 듯 별다른 사족 없이 두 사람을 건물 안으로 이끕니다.
..... .....
건물 안에 들어서자마자 자동차의 히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따뜻한 온기가 감싸 안깁니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따뜻함이에요.
온기뿐만이 아닙니다.
눈 한가득 들어오는 초록색 풍경도 당신을 반깁니다.
정철 :이쪽으로 오세요, 일단은... 일행분부터 편하게 눕히자고요. (이내 먼저 앞서 걸음을 옮겨냈다.)
초록 숲들을 지나 조금 걷다가 한 컨테이너 박스 문을 열고 그가 방으로 안내합니다.
따뜻한 난로가 한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조금은 너저분한 책상, 그리고 반듯이 정리되어 있는 간이침대 하나가 눈에 띕니다.
정철 :이 쪽 침대에 눕히면 되겠습니다. 여긴 꽤 따뜻하죠?
베첼 마인하르트:...네... 정말 따뜻하네요. (기운 빠진 목소리로 대답하고 조심스럽게 간이침대에 아담을 눕혔다. 아직도 몸이 많이 찬가... 얼었는지 녹았는지 모를 제 손으로 아담의 뺨을 가만히 쓸었다.)
아담의 뺨은 아직 여전히 차갑습니다.
차갑다고 해야할까요?
단단하게 얼어있는 얼음덩이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정철 :내세우기엔 부끄럽지만 의술에 약간 조예가 있어서... 제가 일행분의 상태를 좀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네 옆에 서며 허락을 구하듯 네 눈을 응시했다.)
베첼 마인하르트:...네, 부탁드려요. (길게 고민하지 않고 간이침대의 옆에 내려뒀던 제 몸뚱아리를 옆으로 치워 자리를 마련했다. 계속 잡고 있는다고 따뜻해지지 않을테니까...)
이어 정청을 익숙한 손길로 아담의 상태를 살펴보기 시작합니다.
그러곤 한참을 뜸을 들이다 당신을 힐끗, 쳐다보더니 사람 좋은 웃음을 자아냅니다.
정철 :... 음, 몸 상태도 안 좋았는데 무리를 해서 기절한 것뿐이니 너무 걱정 마세요. 별다른 외상도 없어 보이고, ... 감기에 걸린 것만 빼면 아주 건강하네요. (그리고는 바로 아담에게서 손을 떼냈다.) 그래도 이 날씨에 얼음 물에 빠졌다 나왔으니 구사일생이네요. 지금은 괜찮다지만 아까 거기선 조금만 더 늦었으면 큰일 날 뻔 했습니다.
베첼 마인하르트:... ...네. ...감사합니다. (기계적으로 대답하다가 입술 안쪽 살을 꽉 깨물어 차오르는 울음을 참아냈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차라리 우회해서 가자고 할 걸.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아 이렇게 꽁꽁 얼어버린 세상보다 자신이 더 미웠다.) ...쉬면, 괜찮아질까요. 둘이 같이... 가야할 곳이 있어요. 혼자 가서는 의미가 없는데...
정철 :... ... 너무 자책하진 마십시오. 그 상황이었다면 저라도 그렇게 했을테니까요. (네 어깨를 손으로 가볍게 토닥여냈다.) 쉬면 괜찮아질겁니다. 깨어나면 따뜻한 식사와 약도 드릴테니 너무 걱정마세요. 고생 많으셨겠어요.
베첼 마인하르트:(제 어깨에 얹어진 손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은요. 한 게 없는데... (웅얼거리는 투로 말하다가 조심히 손을 뻗어 아담의 손을 잡고 엄지손가락으로 손등을 살살 쓸었다.) ...저 따라다니느라 제 애인이 더 고생했죠.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 받기만 하네요.
정철 :아닙니다. 이런 상황일수록 사람들끼리 돕고 살아야죠. (여전히 사람좋게 웃으며 네 어깨에서 손을 떼냈다.) 한동안은 잠만 잘 것 같으니 애인분은 편히 쉬게 해주고, 마인하트르씨는 잠시 식물원을 둘러보고 오는 건 어떻겠습니까? 저랑, ... 이야기도 좀 나눌 겸요. 사람은 오랜만에 보는거라 저도 대화가 하고 싶거든요.
베첼 마인하르트:... ...(정말 자리를 비워도 될까? 마음 한편에서 불안이 자라났다. 하지만 당신의 말마따나... 이렇게 옆에 계속 있으면 편히 쉬지도 못하겠지. 당신이 상태를 제대로 봐줬을 것이라고 믿으며 다시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그렇게 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네, 가시죠.
정철 :(네 말에 활짝 웃으며 먼저 방문 쪽으로 걸음을 옮겨냈다.) 그럼 나갈까요? 조금 쑥스럽지만 야심차게 연구한 성과를 보여주고싶은 마음도 있었거든요.
베첼 마인하르트:갔다올게. (속삭이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 당신을 따라나섰다.)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시는데요?
그를 따라 방 바깥의 식물원으로 나서면 밖에서 본 것보다도 더 큰 규모임을 알아차립니다.
정철은 당신보다 앞서 느긋하게 걷습니다.
마치 자신의 안방을 걷는 것 같은 걸음으로요.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삶의 여유를 저 뒷모습의 주인은 여전히 잃지 않은 듯합니다.
정철 :혹한기가 올 것은 예상한 건 아니지만... 이런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살아남을 수 있는 특수 식물들을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연구는 한창이지만, 몇몇 식물들은 개발이 거의 완성되어서 현재는 돔 밖에 심는 절차를 진행 중이에요. (너를 짧게 돌아봤다.) 멋지죠?
베첼 마인하르트:(품에서 아담을 내려놓고나니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이고 주변이 보이던가. 당신의 뒤를 따라 걸으며 조금씩 시선을 돌려 주위를 바라봤다. 그러던 중에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입꼬리만 말아올려 기계적으로 미소를 지었다.) 멋진 일이에요. 정말 돔 밖에서 잘 자란다면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효과가 있겠죠.
정철 :그렇게 되면 식물 주변으로 사람들이 생활하게 될거고, 적어도 지금보다는 생활이 풍족해지겠죠. (다시 앞을 보고 걷는다.) 이 겨울이 끝나고 다시 원래의 계절을 되찾아, 식물원 바깥에도 꽃피는 날이 온다면 가장 좋을 일이지만요. ... 헌데 두 분은 연인 사이인거죠? 부부가 아니라?
베첼 마인하르트:원래의 계절을 되찾는다니... 정말 꿈만 같은 말이네요. (이루어지지도 않을테고. 꿈이란 원래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간절한 염원에 힘입어 가상의 세계에나 구현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삼키고 올렸던 입꼬리를 내렸다.) ...네, 아직은 그렇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따뜻했을 때 청혼이라도 할 걸 그랬어요.
정철 :아직은... 이라. (네 말에 시선을 가늘게 접어냈다.) 지금같은 세상에서 청혼도 로맨틱하기야 하지않겠어요? (산책로 쪽으로 걸음을 틀며 돔천장을 올려봤다.) 가끔 이렇게 이방자들에게 보신처를 내어드리다보면 보통 연인 분들이 자주 오시거든요. 볼때마다 서로를 사랑하는 게 얼마나 잘 느껴지는지... 부러울 일입니다.
베첼 마인하르트:하하, 로맨틱...할까요? 정신 못차린다고 돌이나 맞지 않으면 다행일 것 같은데. (아담이 종종 내보이고는 했던 웃음소리를 따라 내뱉으며 대답하고 당신의 시선을 따라 가 돔천장으로 시선을 던졌다.) 제 한 몸 건사하기 어려운 세상이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그냥...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의지가 되잖아요. 제 든든한 버팀목이에요. 정철 씨는 그런 분이... 있으신가요?
정철 :하하하, 애인 분이 좀 냉정한 타입인가봐요? (네 말에 소리내 웃었다. 그 웃음은 길게 이어지지 못하고 가늘게 끊어졌다.) 제게는... ... 이 식물원이 그런 버팀목이죠. 자식처럼 키우고 애인처럼 사랑하는 연구품들 말입니다.
그 말을 듣고보니 더더욱 꽃들이며 나무들이며 애정을 듬뿍 받고 자라 건강한 것이 한눈에 잘 보입니다.
거기다 이 산책로는 정말 실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잘 꾸며져있어요.
베첼 마인하르트:정말이지... 똑 부러진 사람이죠. (당신의 말에 다시 천천히 산책로와 주변의 식물을 살펴봤다.) 이런 날씨에 이렇게 가꾸기 쉽지 않았을 텐데 애정을 많이 쏟으셨나봐요. 식물은 언제부터 이렇게 키우기 시작하셨어요?
정철 :하하... 그런 사람을 애인으로 둔 사람은 항상 불만이 많던데... (손끝으로 식물의 이파리를 슬 쓸어냈다.) 어릴때부터 무언가를 키우는 걸 좋아했죠. 덕에 식물학자가 되었고요. 우리 식물학자들과 기상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이런 기상이변이 찾아올 것을 예측하고 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 혹한기가 오기 한참 이전부터 만들기 시작한 이 식물원은 이미 재해의 시작부터 완성되어있는 단계였죠. 대체로 서로가 알아서 생태계를 이루어 산다고 하지만... 손이 많이 가기는 해요.
자신이 흥미있는 소재의 이야기가 나오자 길게도 떠들던 정철은 문득 걸음을 멈춥니다.
당신을 돌아보더니 또 다시 사람 좋게 웃으며 손짓으로 한 부분을 가리킵니다.
베첼 마인하르트:그런 점도 좋아하는 부분 중 하나니까 괜찮아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따듯해지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도 괜히 풀어진 웃음이 잠시 새어나왔다. 조용히 당신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던 중에 당신이 문득 어딘가를 가리켰기에 의문을 가지면서도 그 방향으로 고개를 틀어 당신이 가리킨 곳을 바라봤다.)
그의 손 끝에 있는 것은 작은 연못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의 아담입니다.
당황한듯, 신기한듯.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걷는 모습이 눈에 띄네요.
아직 당신을 발견하지 못 한 것 같습니다.
베첼 마인하르트:...? ... ...아담...?
정철 :가보세요, 여기가 어딘지 혼란스러울텐데도 마인하르트씨를 찾으러 나온 모양이죠. (웃으며 네 등을 그대로 떠밀었다.) 저는 이김에 저녁식사를 준비하러 가봐야겠군요.
베첼 마인하르트:(내가 지금 헛것을 보나? 그런 생각이 드는 와중에도 이미 걸음은 날아갈 듯 성큼성큼 연못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울음인지 숨인지 모를 것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 ...아담!! (너무 세게 끌어당기면 아플텐데. 생각은 그리 했지만 몸은 이미 생각의 통제를 벗어난지 오래였기에 뻗은 손에 그가 닿자마자 그를 붙잡아 품에 가두며 꽉 끌어안았다.) ... ...몸은 좀 어때. 괜찮아? 바보야... 너 내가 얼마나... ...
아담 리히트:(주변을 둘러보는 와중에 눈에 걸리는 인영에 당연하게도 눈이 커졌다.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생각보다 몸이 먼저 팔을 벌리며 너를 끌어안아냈던가. 그대로 네 어깨에 고개를 묻으며 한숨을 토해냈다.) ... 내가 죽어서 어디 사후세계라도 왔는 줄 알았잖아. 기절하기 전 보다 훨씬 괜찮아. 너무 걱정시킨 것 같네. ... ... 넌, 괜찮아?
그를 품에 가득 끌어안으면 여전히 소름끼칠 정도로 차갑습니다.
하지만 훨씬 좋아보이는 목소리와 당신을 끌어안는 손의 단단함은 이상할 정도로 쌩쌩하네요.
기분 나쁜 부조화입니다.
베첼 마인하르트:... ... ...아직도 몸이 이렇게 찬 데 왜 나와서 돌아다녀... (당신을 조금 더 세게 끌어안으며 걱정 가득한 어투로 웅얼거렸다.) 너에 비하면 나는 멀쩡하지. 정철 씨라는 분이 도와주셨어. ...걱정시키지 좀 마... 이렇게 자꾸 철렁거리면 심장이 열 개라도 남아나질 않겠어...
아담 리히트:네가 안 보이니까, ... ... 정철? (네 말에 품에서 고개를 살풋 들며 너를 올려다본다. 주변을 짧게 살펴보지만 이 곳에는 너와 나 밖에 없어 의아한 표정을 짓기도 잠시다.) ... 아니, ... 나도 그렇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걱정 시킨 건 미안, ... ... 미안해. (작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속삭이며 다시 네 어깨에 고개를 묻어냈다. 네 옷자락을 잡은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간채다.)
베첼 마인하르트:... ...미안해. 옆에 계속 있을 걸 그랬다. 아... 조금 전까지 같이 있었는데... (당신의 의아한 표정에 조금 당황한 듯한 얼굴로 말끝을 흐렸다. 당신이 다시 고개를 파묻자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쓸어내리기를 반복했다. 내 소중한 사람... ...살아있어. 체온도 원래대로 돌아오겠지. ...그렇게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미안해 하진 말고. ...난 네가 이렇게 다시 깨어난 것만으로도 얼마나 기쁜지 몰라...
아담 리히트:... 뭐, ... 솔직히 물에 빠졌을때는 거기서 끝인 줄 알았으니까. (어떻게 기어올라왔지, 아니면 네가 구하러 왔던 걸까. 그런 생각들을 이어나가다보면 또 다시 고개를 들어 네 얼굴을 응시해냈다. 그 잠깐 사이에 얼굴이 왜 이렇게 야윈 것 같은지. 눌러내린 눈썹 아래의 걱정스러운 시선이 네게 붙어 떨어질 줄을 몰랐다.) 근데, ... 여기는 대체 어디야?
베첼 마인하르트:...나도 그때는 정말 다 끝난 줄 알았어. 네가 금방이라도 숨을 멈출 것만 같아서... (다시 생각해도 끔찍한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느린 숨과 함께 눈꺼풀을 올렸다. 그러다 걱정 가득한 눈길과 마주쳤던가. 작은 웃음을 흘리며 당신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거야. 아, 여기.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아까 말한 정철이라는 사람의 거점인 것 같아. 식물학자라고 하더라고. 재해가 시작되기 전부터 재해를 대비하고 있었대.
아담 리히트:내가 내 애인 걱정한다는데 뭐가 문제야? 내가 곧 죽어서 숨 넘어 갈 지경이 되도 난 네 걱정을 할 걸. (몸 좀 괜찮아졌다고 바로 흥, 하는 소리를 내며 평소와 같은 어투를 내뱉었던가. 이마에 입 맞추는 온기는 찬 피부 덕인지 무엇인지 뜨겁게까지 느껴졌다.) ... 식물학자라, ... 어디 써먹는 녀석들인가 했더니 이런 때가 되면 빛을 발하나 싶네. (단순한 업계인으로서의 평가다. 물론, 그와는 결이 완전히 다르지만 말이다.) 여기서 나갈때 얻어갈 것들도 좀 있겠어. 안 그래?
베첼 마인하르트:내 걱정 얼마든지 해도 되니까 되도록이면 건강한 몸으로 걱정해줘. 응? (그래... 눈앞에 있는 건 여느 때와 같은 바로 그 사람이었다. 톡톡 쏘는 말투. 이상한 말이지만 이런 상황이 되니 그것이 그렇게 반가울수도 없었다.) ... 얻어갈 거? ...얻어갈 수 있을까... 치료해주고 쉬게 해준 대가를 내놓으라고나 안 하면 다행 아니야? (물론 그가 대가를 요구할 것 같지는 않지만... 또 혹시 모를 일 아닌가.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한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였다.) 뭘 얻어가고 싶은데?
아담 리히트:지금도 건강해, 요 근래 지금처럼 건강했던 때는 없었다 싶거든. (그리 가볍게 말하고는 기울이는 고개를 따라 저도 가볍게 고개를 마주 기울여냈다.) 어쨌던 이 안에서 살아가는 만큼, 식량이나 물 같은건 문제 없이 자급자족이 된다는거 아니겠어. 못해도 얼마간의 식량이라던지... , 저쪽에서 대가를 내놓으라고한다면 내 쪽에서도 줄 수 있는 건, ... ... 없진 않잖아? 오히려 좋은 거래가 될 걸. (말을 잘게 늘리며 네 옷자락을 잡은 손을 내린다. 무엇, 저렇게 걱정하는 이 앞에서 이능력을 쓰겠다는 말을 해봐야 네가 좋게 받아들여 주지 않을 거란 건 알지만 말이다.)
베첼 마인하르트:으이구... (작게 숨을 내쉬며 말하고 저를 따라 기울어진 뺨을 조심히 손바닥으로 감쌌다.) ...글쎄... 그거 안 좋은 거래가 될 것 같은데. 다른 때도 아니고... 지금은 그 수는 넣어둬. ... ...우리 같이 집에 가야 하잖아. ...우리 집에.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무거워 자연히 단어 사이에 공백이 생겼다.) ...대가든 수단이든 내가 어떻게든 마련해볼 테니까... ...응? 아담... 부탁이야.
아담 리히트:...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시간 낭비 안하는 쪽이 제일이라는거야, 베첼. (참으로 무겁게도 뱉는 네 말에 눌러내린 눈썹 그대로 너를 보고 옅게 웃어냈을까. 뺨을 감싼 손 위로 제 손을 겹쳐 올리고는 낮은 숨을 내쉬었다.) ... 일단은 그 정철이라는 사람이 대가를 원하면의 문제고, 그냥 알겠다고 덜렁 줄 수도 있는 거 아니겠어. ... 유독, ... 최근 들어서 걱정이 너무 늘었어. (무엇 그것도 누구때문에, 무엇때문인지도 알고 있다. 하지만, 글쎄. 이걸 마냥 기꺼워할 수도 없는 노릇인 것이다. 만약 제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너는 이 세계에서 살아가려고 하지 않을 것 같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들었다.) ... 네 몸이나 잘 챙겨. 너까지 감기 걸리면 난 널 업어주지도 못하는 비전투직이니까. (분위기라도 띄워보려는 듯 웃음이 섞인 말을 내뱉었다.)
베첼 마인하르트:(걱정이 늘었다는 말에 꾸중이라도 들은 것처럼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다.) ... ...응. 그렇게 할게. (꾹꾹 누르고 감춰왔는데 의지가 되는 이가 눈앞에 이렇게 있으니 이런 상황에서도 당신에게 어리광이나 부리게 되는 것이었다. 그동안 한가득 담아놓은 두려움, 공포, 서러움이 울음의 형태로 터져나오고 말았다는 소리다. 눈앞에 고이는 물에 시야가 흐려져 시선을 내려놓았던 발치가 일렁였다.) 나도 챙겨야지. ... 그렇게 할게. 네가 날 책임져야하지 않게...
아담 리히트:... 그런 뜻으로, ... 말한 건 아니야. (고개를 숙임에도 일렁거리는 네 눈은 참 잘도 보였을까. 네 얼굴 흐르는 방향을 다 따르던 시선 탓이다. 네 손 위를 덮어놓았던 손을 옮겨 네 턱 아래로 밀어넣어 고개를 들게 유도해내고는 옅은 미소를 띄웠다.) 베첼, 자기야. ... ... 너한테까지 문제 생기면 네가 버틸 재간이 없어서 그래. 정말로 책임질 수 없어서 그렇게 말 한게 아니라, ... 울지마. 잘생긴 얼굴 못 생겨지겠어.
베첼 마인하르트:(이렇게 울고 있을 시간이 없는데, 그렇게 생각했으나 한 번 터진 것을 진정시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당신의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말에도 울음이 멈추기는커녕 더 펑펑 쏟아져 결국엔 울음 가득한 얼굴로 당신과 마주볼 수밖에 없었다.) 미안, 해. 내가 진짜 안 울려고 했는데. ... 이럴 때가 아니라는 것도 아는데... ... 난 자꾸 왜 이럴까.
아담 리히트:... ... 네가 우는 것도 다, ... 내 탓이겠지. (네 눈물 젖은 얼굴에 저도 울 것 같은 표정을 했던가. 그럼에도 네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급선무라는 듯 찡그린 인상으로 손을 바삐도 움직여 네 눈물을 훔쳐내기도 한참이다. 여기가 바깥이 아니라 다행이지. 온도가 따뜻해서 다행이지. 바깥이었다면 이 눈물이 얼어붙었을테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차라리 지금 설움을 모두 토해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까싶어, 얼굴을 닦던 손으로 네 뒤통수를 잡고 네 품으로 끌어당겨냈다. 키가 은근 낮은 덕에 자세가 어정쩡하긴 했지만 무엇 어떠랴.) 뭐든. 어떤 것도 누가 부족하고, 무엇이 잘못됐고, 약한 것도 없어. 베첼. ... 그냥 울고싶으면 울어. 그게 맞겠다. ...
베첼 마인하르트:(당신의 품에 끌어당겨지자 머뭇거림 한 번 없이 그대로 그 큰 덩치를 잔뜩 웅크린 채 품에 파고 들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울음을 쏟아냈다. 품에 안기기 직전에 봤던 울 것 같은 당신의 얼굴과 당신의 말이 잔상처럼 머릿속에 남아 더더욱 서러웠다. 귓가에서 울리는 당신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깊게 새겨졌다. 그리고 그 품에서 눈물을 쏟아내며 그렇게 외면하던 것을 서서히 받아들였다. 이렇게 당신의 품에 안겨 있을 시간이 더는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것을. 이렇게 따스한 곳에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더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당신의 품에서 조심히 빠져나와 제 얼굴을 소매로 벅벅 문질러 눈물을 닦아내고는 당신의 왼손을 소중하게도 붙잡아 허리를 숙여 약지에 입을 맞췄다.) ...반지도 없고... 낭만도 없고 무드도 없는데, 그래도... 말하고 싶었어. ...나랑 결혼해줄래. 네 가족이 되고 싶어. 네가 내 가족이 되어줬으면 좋겠어. ... 밤에 눈 감을 때 보는 얼굴이, 아침에 일어나서 눈 뜨면서 보는 얼굴이, 전부 너라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 너랑 함께할 수 있다면 나는 손에 쥔 게 아무것도 없어도 정말 행복할 거야. ...사랑해, 아담.
아담 리히트:(소리 없는 울음을 뱉어내는 것도 얼마였을까. 옷의 어깨가 젖어드는 감각이 여실했다. 기어이 저는 너를 울리고 마는구나. 좋은 사람이 아니면서, 과분하게 좋은 사람을 만난 벌이 그 좋은 사람을 상처주는 일이라고 한다면 이 얼마나 아픈 일인지 너는 모를 것이다. 아니, 너도 알기에 이렇게 우는 걸까. 그렇기에 저는 울면 안됐다. 같이 힘들다고 내색하면 안 됐다. 그렇기에,...) ... ... 아. (하지만 너는 내 예상을 깨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됐다. 솔직히 여기서 이런 말을 할 거라고 예상도 못 한 탓이다. 손 끝에 닿는 온기에 손 끝이 절로 까딱이기도 잠시, 울면 안된다고 그리도 저를 다독였음에도 울컥하는 감정이 솟아올랐다. 저절로 뒷걸음이 물려지며 곤란한 기색을 담아낸 시선으로 너를 응시했던가.) -... 나는, ... 베첼. ... (머뭇거리는 입에서 쉽게 대답이 나오지않았다.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일 청혼, 이런 재해 속에서 푸른 빛을 담아낸 아름다운 공간에서, 가장 사랑하는 이에게 받는 그 말이 심장을 찢어발기듯했다.) ... ... 나중에는, 그 말... 되돌릴 수 없는거 알지. 나중에 가서, ...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베첼 마인하르트:(걸음이 물려지고 곤란한 기색으로 덮힌 시선이 눈에 보였으나 그것이 거절으로 생각되지는 않았다. 왜인지 당신이 자신을 거절할 것이라고는 생각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당신을 그저 기다렸다. 뒷걸음질 쳐도 괜찮고, 머뭇거려도 괜찮아. 기다릴 수 있어. 그렇게 기다리던 중에 물음이 돌아왔던가. 설움을 털어냈기 때문인지 미뤄뒀던 것을 전했기 때문인지 마음이 홀가분했다. 비로소 편하게 웃음이 나왔다.) 너는 아직도 날 몰라서 그래? 너한테 돌아온 이후로... 내내 너만 바라보던 나야. 이게 어떤 말인데 되돌리겠어. 아담, 난 말이야. 널 알게 된 이후로 이제까지 너한테 매번 진심으로 부딪쳤고 난 그걸 단 한 순간도 후회한 적이 없어. ...난 변하지 않아.
아담 리히트:... ... (머뭇거리게 되는건, 지나칠 정도로 너를 잘 알기 때문이겠지. 네가 표현하는 모든 것들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기에 머뭇거리는 것이다. 허나, 나는 언젠가와 같다. 나의 미래를 예상할 수 없기에 약속을 뱉는 것이 두려웠다. 그렇기에 결국 뺨을 타고 굵은 눈물 방울이 차올라 떨어졌다. 얕게 헐떡이는 숨 아래의 심장이 여전히 나는 살아있다며 강하게 강하게도 뛰는 것에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가.) ... ... 나도, 사랑해. ... 너만... ... 너만 무사하면 뭐라도 할 수 있을 정도로... ... (울음에 끊어지는 말이 터진다. 결국 네가 그랬던 것 처럼 고개를 내리더니 아예 제 손바닥 아래로 얼굴을 숨겨냈다. 꼴이 아주 꼴불견이었다. 그정도로 네 앞에 서면 나는 이전의 나를 유지할 수가 없었다.) ... ... 응, ... 결혼하자, ... 같이, ... 흐, ... 같이 있, ...
쿨럭쿨럭.
감정이 격해진 탓일까요.
울음 짓던 아담이 돌연 기침을 터트립니다.
연못 아래의 잉어들이 유유하게 헤엄치다 기침소리에 일제히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며 물길을 일으키네요.
베첼 마인하르트:(눈썹을 아래로 축 늘어트린 채 제 아랫입술을 깨물고 기침을 터트리는 당신을 그저 제 몸으로 감싸 안았다. 그리고는 당신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리며 제 숨을 가다듬었다.) ...괜찮아. 천천히 말해도 돼. 기침 좀 잦아들면, 그때 다시 대답해줘도 괜찮아. (나지막히 말하며 그저 당신의 등을 쓸어내리는 것을 얼마나 반복했을까. 조심히 입을 열어 말을 이어나갔다.) ...솔직히... 조금 전까지... 아니, 정말로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도 네가 없는 세상이 무서워. 혼자 남는다니... 끔찍하지. 그런데... 넝쿨문신으로, 손가락에 써넣은 글씨로, 네가 여전히 나한테 남아있어. 내 마음속에도 평생 네가 살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까 당장 죽고 싶을만큼 무섭지는 않아졌어. 그러니까... 네 불확실한 미래가 언젠가 나한테 독이 되지는 않을까 그런 걱정은 하지마. ...물론 고통스러울 거야. 언젠가는 혼자 울기도 하겠지. ...그래도 괜찮아. 견뎌볼게. 난... 내가 혼자 남고 싶지 않다는 욕심 때문에 너를 고통스럽게 하고 싶지는 않아.
아담 리히트:... 흡, 윽... (저를 안아오는 품의 온기며 무엇이며, 기껍지 아니한 것은 없다. 네 곁에서는 믿지도않는 영원이라는 것을 속삭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된 걸까. 말 한마디 제대로 나오지 못하게 헐떡이는 숨을 억지로 눌러참으며 네 옷자락을 눌러잡아내기도 한참이다.) ... ... 넌, ... ... 이럴 때마다, ...
아담이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저 멀리서 정철이 두 사람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가까이 다가 온 정철은 멋적게 웃으며 좋은 시간을 방해한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떠네요.
정철 :그래도 이왕 따뜻한 식사가 준비 됐는데, 식기 전에 드는게 좋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사람 좋게 웃으며 둘을 응시했다.) 밥 먹고 약도 먹으면 상태도 괜찮아질겁니다. 갈까요?
그리 말한 정철은 다시 몸을 돌려 왔던 길을 앞장 섭니다.
베첼 마인하르트:... ...괜찮아? 일어날 수 있어? (정철을 눈에 담았던 것도 잠시, 이내 다시 당신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당신의 숨이 정상궤도에 오를 때까지 당신의 등을 쓸어내렸다.) 힘들면 안아줄까?
아담 리히트:(먼저 앞서가는 정철에게 시선을 두다가 네 말에 다시 너를 올려본다. 그 사이 등을 쓸어내려주는 다정한 손길에 호흡이 어느정도 진정된 표정으로 한숨 섞인 숨을 길게 내뱉어냈다.) ... 손만 잡아줘. ... ... 아직까진 자존심 굽힐 정도로 힘들진않아. (그리 말하며 한쪽 입꼬리만 짧게 올려냈다.)
베첼 마인하르트:...그래, 그렇게 할게. (살며시 웃으며 먼저 몸을 일으키고 당신이 잡고 일어날 수 있도록 손을 내밀었다.) 천천히 일어나.
아담 리히트:(뻗어 낸 손을 힘줘 잡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낸다. 그 사이에도 몇번이고 네 손을 다잡아내기도 하다, 몇 걸음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정철 쪽으로 걸음을 옮겨냈다.) ... 근데, ... ... 저 사람이 정철이야?
베첼 마인하르트:(손을 꽉 붙잡고 혹여나 당신이 휘청이기라도 할까 다른 손도 언제든 당신을 받칠 준비를 한 채 당신의 보폭에 맞춰 걸었다. 그러다 들려오는 물음에 저 앞에 있는 정철을 쳐다봤다가 이내 다시 당신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얼떨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 아, 응. 저 사람이야. 왜?
아담 리히트:... 아니, 뭐. ... 구해줬다고하니까 인사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 물어봤어. (네 말에 머쓱한 표정으로 웃는다. 느릿한 걸음을 이어가다보면 어느덧 정철과 가까워졌다.)
정철 :식사 자리는 야외 테라스로 정해두었어요. 이 곳에서 가장 신경 쓴 곳이 잘 보이거든요. (여전히 번듯한 미소를 지으며 손짓했다.) 그나저나 일어나셔서 다행이네요, 애인 분이 얼마나 걱정하시던지...
그렇게 말한 정철은 두 사람을 야외 테라스로 데리고 갑니다.
상 위에는 간단한 식사가 차려져 있어요.
캠핑용으로 만들어진 즉석 음식들이지만 한상 차려놓으니 푸짐한 한 끼 식사와 다를 것이 없네요.
이런 걸 얻어먹어도 괜찮은지 모르겠습니다.
정철 :자자, 사양 말고 앉아서 드세요. 저도 정말 오랜만에 여럿이서 하는 식사라 기분이 좋네요. (먼저 의자에 앉으며 둘에게 시선을 보냈다.) 그래서 두분이서 회포는 잘 푸셨고요?
베첼 마인하르트:...네, 덕분에. 감사합니다. ...이렇게 받기만 해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당신 앞에 놓인 의자 하나를 뒤로 끌어 조금 빼고 먼저 앉으라는 듯이 눈짓했다.)
January 12, 2026 5:01PM아담 리히트:(네가 빼준 의자에 앉으며 제 옆 의자를 끌어내고는 피식 웃었을까. 이내, 정철 쪽을 돌아보며 잘게 목 인사를 했다.) 강에서부터 도와주셨다고 들었습니다. 덕분에 무사했는데 이렇게 식사까지 얻어먹으니 어찌 감사를 표해야할지 모르겠네요. ... ... 아담 마인하르트입니다. 편하게 불러주세요.
정철 :오, 아담씨군요. 좋네요. (베첼 쪽을 돌아보며 장난스러운 눈웃음을 지었다.) 자자, 일단 식기 전에 식사부터 하시죠.
베첼 마인하르트:(...귀엽긴. 의자를 빼주는 행동이며, 스스로를 아담 마인하르트라고 소개하는 것까지 아주 사랑스럽지 않은 게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당신이 빼준 의자에 앉다가 자신을 향하는 장난스러운 눈웃음과 마주쳤을까. 무슨 의미지?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슬쩍 옆으로 기울였으나 대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기에 금방 다시 고개를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네, 잘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세 사람은 단란한 식사를 시작합니다.
고작 캔스프나 통조림 따위를 따뜻하게 데운 것에 지나지않는 식사라고는 하지만, 바깥에서 얼어붙은 생수에 의존하던 것에 비하면 지나치게 호화롭습니다.
속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에 아까까지의 설움과 두려움과 긴장이 어느정도 완화되는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아담은 영 감기때문에 입맛이 별로 없는지 음식을 깨작거리네요.
원래도 식사를 그다지 즐기는 편은 아니라지만 이럴 때일수록 잘 먹어야할텐데 말이에요.
아담의 모습이 신경쓰이는 건 정철도 마찬가지인지, 아담을 유심히도 지켜보는 것이 느껴집니다.
베첼 마인하르트:... ...아담, 괜찮아? 입맛이 없어? (식사를 잠시 멈추고 속삭이듯 조용히 물었다.)
아담 리히트:오랜만에 음식 먹으려니까 잘 안들어가는 거 뿐이야. ... 신경쓰지마. (수저를 입에 살짝 물다, 너를 바라보며 잘게 웃어냈다.) 넌 그거 가지고 돼? 더 먹을래?
베첼 마인하르트:너나 나나 오랜만에 음식물 먹기는 마찬가지거든. 그동안 위가 줄었나봐. 괜찮아. (마주 보며 빙그레 웃다가 문득 고개를 정철에게로 돌렸다.) 아... 죄송해요. 기껏 차려주셨는데.
정철 :아니요, 신경쓰지마십시오. 제가 고려를 못했네요, 오랜만에 그나마 음식다운 음식을 못 드셨을것같아서 준비한거였는데... (옅게 웃으며 손사래를 쳐냈다.) 무리하지마시고 드실 수 있는 만큼만 드세요. 음식으로 탈나면 그것도 고역이니까요.
베첼 마인하르트: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삿말과 함께 다시 꾸벅 고개를 숙였다가 들었다. 그렇게 다시 시선이 아담에게도 향했다. 약을 못 먹으니 밥이라도 좀 챙겨 먹어야 할 텐데... 정철의 말대로 먹다가 무리해서 먹다가 탈나면 오히려 더 큰일이라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으라는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테이블 아래로 아담을 토닥이고 말 수밖에.)
그렇게 어영부영 식사자리가 끝나고 나면 정철은 아담에게 감기약을가져다 줍니다.
아담은 건네 준 약을 거절 하지않고 받아 먹습니다.
약이 효과가 없다는 걸을 말해봐야 의미 없을 뿐더러, 호의를 거절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 모양이죠.
그렇게 식사자리까지 모두 치우고나면 정철은 두 사람에게 테라스 건너편을 가리킵니다.
정철 :식물원 내부는 지내시는 동안 편하게 구경하셔도 좋습니다. 재해 전에는 관광지로도 쓰던 곳이라 구경할 곳이 많거든요. 추천하는 곳은 저쪽의 장미터널이에요. 오랜만에 둘만의 시간을 여유롭게 가지는 것도 좋지 않겠습니까?
참으로 친절한 사람이라는 감상이 드네요.
아담 리히트:... ... 어때, 구경하고 올래? (정철의 말에 네 쪽을 돌아보며 동의를 표했다.)
베첼 마인하르트:...그래, 그러자. (고개를 끄덕여 동의한다는 뜻을 전하고 부축하겠다는 듯이 손을 내밀었다.)
아담 리히트:(네 대답에 옅게 웃으며 내민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잠깐 휘청이긴 했으나 네가 걱정도 하기 전에 괜찮다는 듯 네 손을 참 단단히도 잡았더라.) 갈까?
베첼 마인하르트:(휘청이는 모습을 보고 아니나 다를까 괜찮냐는 물음이 이미 입 바로 앞까지 나가있었다. 그러다 손을 단단히 잡아오는 힘에 입을 다물고 빙그레 웃으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가도 괜찮으니까 너 편한 속도로 걸어. 내가 알아서 맞출게.
자리는 본인이 치울테니 다녀오라는 정철의 말 뒤로 두 사람은 걸음을 옮깁니다.
테라스를 나와 가장 먼저 보이는 식물원 내부 지도를 살펴보면, 지금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순으로 [연못], [장미 터널], [포토존]이 있습니다.
베첼 마인하르트:(지도를 잠시 바라보다가 금방 당신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가까운 순서대로 천천히 걸을까? 아니면 가보고 싶은 곳 있어?
아담 리히트:... 동선 생각하면 가까운대로 가는게 좋지 않을까. (주변을 짧게 둘러본다. 뭐, 사실 어디부터가도 아무래도 상관없기야 하지만 말이다.) 네가 먼저 가보고싶은 곳이 없으면? (그리 말하며 일단 먼저 걸음부터 옮겨냈다.) 이런 데이트는 오랜만이네-.
베첼 마인하르트:그럼 가까운대로 가자. (당신보다 반 발자국 뒤에서 걷다가 성큼 보폭을 늘려 당신의 옆에 서서 다시 보폭을 마줬다. 그럼... 연못부터 가게 되려나. 생각을 하던 중에 들려오는 말에 어쩐지 마음이 느긋해져 느린 숨이 뱉어졌다.) 그러게. 진짜 오랜만이네. 이렇게 다시 데이트하는 기분을 낼 수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
아까까지 아담과 함께 있던 연못입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작은 규모의 실내 연못으로, 연못 안쪽에는 연꽃잎들이 우뚝 솟아있습니다.
물 아래에는 황금색, 붉은색, 하얀색의 잉어들이 자유로이 헤엄치고 있습니다.
방금까지 여기서, ...
아담 리히트:(보폭을 맞춰오는 네 손을 제가 먼저 슬쩍 잡아 이끌더니, 연못의 다리 위에 아까처럼 멈춰섰다.) ... 상황이 아니라면 여기서 지내게 해달라고 하고 싶을 정도네. (이어 조금은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 했을까. 시선이 위로 한번 짧게 올라붙었다.) 만약... 겨울이 끝나고 다시 계절이 돌아온다면,... 뭘 제일 먼저 하고 싶어?
베첼 마인하르트:(손이 잡히자 그것으로부터 빠져나오려하지 않고 그대로 이끌려 당신의 앞에 멈춰섰다. 장난스러운 목소리에는 짧게 웃으며 '그러게.' 정도의 추임새를 덧붙일 뿐이었다. 그리고는 언제나처럼 고개를 살짝 내리고 당신을 바라봤다.) 겨울이 끝나면... 그래서 다시 계절이 돌아온다면... 그러게... 새삼 깨달았는데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주제야. 난 말이지... 우선 숲길을 걸어보고 싶을 것 같아. 물론 지금 있는 식물원도 훌륭하지만... 끝도 없이 길게 이어지는 나무들 사이를 걷고 싶어. 너는?
아담 리히트:영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라 그런가. ... 나도 아까까지는 별 생각 없었는데 이 식물원을 보고 있으니까 문득 생각이 났어. (낮고 조곤한 어조가 이어진다. 숲을 거닐고 싶다는 너의 말에 둥근 눈을 떠내기도 잠시다.) 아하하, 숲길이라... 나쁘지 않아. 아예 숲으로 캠핑을 가도 좋겠어. ... 난, ... 음... 그렇지. (이어지는 질문에 짧은 간극이 있었을까. 연못 아래의 잉어에게 시선을 내려보내다 빈손으로 주머니에서 아까 식사로 나왔던 통조림 빵을 꺼내들었다. 너무 퍽퍽해서 넘어가지는 않는데, 챙겨두면 좋을 것 같아 주머니에 넣어뒀던 그것이다.) ... ... 난 결혼식이었으면 좋겠어. (아까 제대로 하지 못했던 대답을 대신하듯, 그리도 말했다.)
베첼 마인하르트:그래... 여기를 걷고 있으니까 긴장이 좀 풀어지는 기분이야. (그건 아마 당신이 옆에서 같이 걷고 있기에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덩달아 낮고 작은 목소리로 말하며 웃고는 이어지는 말에 행복한 상상을 하며 느리게 눈꺼풀을 내렸다가 올렸다.) 어디 한적하고 탁 트인 숲속에서 작게 결혼식을 올리는 것도 좋겠네. 청첩장도 정말 가까운 사람들한테만 돌리고... 아니면 아예 안 돌리고 온전히 우리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겠지. (말을 이어가며 당신이 주머니에서 빵을 꺼내는 것을 가만히 바라봤다.)
아담 리히트:아하하, 가까운 사람 말이지... ... 나는 빌런놈들일거고 넌 가족이나, 히어로녀석들일텐데 싸움만 안나면 다행이게? (네 말에 참 즐거운 듯이도 웃는다. 그래도 결혼식이라는데 싸우기까지할까, 싶지만 이 인간들은 빌런이 히어로처럼 굴 때도 있고, 히어로들이 더 빌런같을 때도 있었으니 가늠할 수 없는 일이다. 둘만의 결혼식도 좋지만, 역시 증인이 없는건 아쉬울 일일까. 그런 생각들을 이어 나가며 손끝으로 버석한 빵 모서리를 비벼 으깨고는 연못 아래로 빵쪼가리를 흩뿌려냈다.) ... 가까운 사람만 몇 부른다면 누구를 부를 거야?
빵을 조금 뜯어서 연못으로 던지면, 잉어들이 서로 사이를 비집고 펄떡이며 빵을 입에 넣습니다.
아등바등, 빵 한 조각 더 먹겠다고 달려드는 모습은 어째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누군가는 이 혹한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 잉어들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며칠 전의 우리들도 분명 그러했지요.
베첼 마인하르트:(속도 없이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건 너무 난장판인데. 안되겠다, 우리 둘끼리만 해야겠다.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고개를 저으며 장난스럽게 말하다가 또 다시 생각에 잠겼다.) 글쎄... 우선 가족들을 불러야겠지? 직계 가족들만 불러도 떠들썩할 것 같긴 해. 그 외에는... 누굴 불러야할지 생각이 안 나네. 부른다면 유진일 것 같은데... 연락을 받으려나 모르겠어. (그리 말하며 연못 속의 잉어들을 바라봤다. 산다는 건 뭘까... 수 년 전부터 따라다니던 물음이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떠오르는 잡생각을 지워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봤다.) 너는 부르고 싶은 사람 있어?
아담 리히트:그렇지? 너도 상상하니까 답이 없지? (그리 말하며 조금 더 부스러기를 털어 연못 속으로 빠트려냈다. 바글바글 모이는 모습이 조금은 징그럽다고 느껴질지도 모를 일이다.) ... 네 가족들만해도 벌써 인원이 몇이야. (또 다시 시선이 둥글게 흐른다. 부모님에 형제자매에 조카들도 있다고 했으니 조카들과 또, 일가 친척들을 포함하면 그것으로도 인원이 벌써 스무명이 넘어가는 듯도 했다. 그런 생각을 이어나가다보면 어쩐지 미묘한 표정이 되는 것이다. 나는, ...) 이사람은 꼭 불러야해, 하는 사람은 없긴해. 굳이굳이 부른다면 ... 크라스니나, 카니발이나... 연구실 부하들이겠지. 뭐, 살아있다면의 이야기겠지만. (네게서 시선을 여전히 돌린채로 너를 돌아보진 않았던가.)
베첼 마인하르트:(인원이 벌써 몇이냐는 말에 문득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가다가 도저히 안 되겠는지 중간에 멈추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너스레를 떨며 '어우, 너무 많다.' 하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다가 미묘한 표정이 되는 것을 발견하고는 작은 숨을 내쉬며 당신의 뒤에 서서 당신의 허리에 팔을 감고 조심히 끌어안았다.) 크라스니나 카니발이나...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되겠어. (날 죽이려고 들지나 않으면 다행 아닌가? 그런 생각이 문득 떠올랐으나 옆으로 대충 흘려보내고 당신의 뺨에 제 뺨을 대며 어리광을 피우듯 살살 비벼댔다.) 뭐... 결국엔 그렇지. 그래도 잠깐이나마 제법 즐거웠어. 정말이지... 행복한 상상이야.
아담 리히트:... 그렇겠네. 다른 녀석들도 이 혹한기에 뭐하고 지낼지 모르겠네. (허리를 끌어안는 손에 몸을 뒤로 기대며 옅은 웃음을 짓는다. 애교스럽게 뺨을 부비는 너를 보다보면 결국 또 아하하, 하고 높다란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결혼식이라,...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단 말이지. 평생 독신으로 살다가 죽을 줄 알았거든. (그리 말하며 손을 뻗어올려 셋팅 할 수 없어 길게 내려 온 옆머리를 손 끝으로 살살 문질러낸다. 머릿결이 푸석하단 감상에도 여전히 매만져내기도 잠시다.)
베첼 마인하르트: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관찰 성공
그렇게 즐거운 상상을 늘어놓던 와중, 당신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옵니다.
슬슬 흩어지기 시작하는 잉어들 사이에서 빵조각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게 있습니다.
무슨… 종이 같은데요.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거리입니다.
베첼 마인하르트:(느긋하게 당신에게 뺨을 문지르고 있다가 종이를 발견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내 곧 저것이 더 젖어들거나 떠밀려가기 전에 내용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잠시만, 이라는 말과 함께 당신에게서 제 몸을 떼어내고 손을 뻗어 종이로 추정되는 것을 집어냈다.) 뭐야, 이게?
연못 쪽으로 손을 뻗어 종이를 주워본다면... 어렵지 않게 물에서 건져올린 건 한 인화 사진이었습니다.
젖어 있지만 그리 손상되진 않았네요.
사진의 주인을 살펴보려고 하면… 어쩐지 낯이 익은 얼굴이군요.
아담 리히트:... 뭘 주워온거야? (갑자기 물에 손을 넣는 너를 의아하게 바라본다.)
베첼 마인하르트:...아, 아니. 갑자기 잉어 사이로 보여서... (얼떨떨한 표정으로 사진을 유심히 바라봤다. ...누구 사진이지?)
베첼 마인하르트: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지능 성공
아, 이 얼굴… 정철을 닮았네요.
비교적 젊은 시절에 찍은 사진인가 봅니다.
그런데 그 옆에 여인은 누군지 잘 모르겠습니다.
꼭 껴안은 채 찍은 사진은 어쩐지 사이가 매우 좋아 보이는군요.
얼핏 보면 사이좋은 부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아담 리히트:(네 손과 사진을 번갈아 보다, 고개를 들어올렸다.) 일부러 버렸나?
베첼 마인하르트:... ... ...이렇게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하긴, 뭐... 버리는데에 어떻게 찍었는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겠지... 자기도 모르게 흘린 건 아닐까? (당신을 보며 고개를 한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였다.)
아담 리히트:뭐, ... 그래서 더 보고싶지 않아졌을 수도 있으니까. (네 말에 저도 같이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여냈다.) 아니면 갖다줘볼까. 버린거면 뭐, 버린거라고 할거고. 아니면, 좋아하겠지. ... 근데 정철이란 남자, 여기 혼자있다고 하지 않았나? 전애인인거 아니야?
베첼 마인하르트:음... 그래. 우리끼리 이건 아닐까 저건 아닐까 추측하는 것보다 가져다주는 게 제일 나을 것 같아. (사진에 남은 물기를 제 옷에 닦고는 구겨지지 않도록 코트 주머니에 잘 집어넣었다.) 혼자라고 했어. 부인이나 애인이 있는 것 같지도 않았는데... 음... 그래, 전애인일수도 있겠네. (고개를 기울인 쪽 뺨을 감싸 엄지로 당신의 얼굴을 매만지며 가만히 눈을 맞췄다.) 조금 더 연못 구경할래? 아니면 좀 걸을까?
아담 리히트:(전애인이라, 너랑 내가 헤어지게 된다면 넌 나와의 흔적들을 어떻게 할까. 물론, 방금 결혼에 대한 얘기를 하다 이별을 생각하는 것이 좀 우습긴하지만 원래 생각의 흐름이란 그런 것이다. 뭐, 옛날에 우스갯소리로 그런 말도 있지않던가. 전애인 겸 현배우자라는 그런 말 말이다. 무엇, 그런 생각들도 네 푸른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속절없이 흩어지고는 했다. 네 눈 속에 비치는 제 모습은 항상 시선을 끄는 법이다.) ... 다른 곳도 가볼까. 이대로 가면 장미터널이랬나?
베첼 마인하르트:(당신이 무엇을 생각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당신과 눈을 맞추는 게 좋았는지 방긋 웃을 뿐이었다. 아마 당신이 헤어진 후 자신의 흔적은 어찌할 것이냐 물었다면 전부 그대로 간직할 것이라고 대답했을 테지만 애초에 물음이 나오지 않았으니 그에 대한 대답 또한 저 아래로 가라앉는 것이겠지.) 응, 다음은 장미터널이랬어. 장미도 좋지... (흘리듯 말하고는 당신의 손을 소중하게 잡고 장미 터널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있는 아치형 터널에 장미 덩굴이 엉켜 올라가 장미 터널을 자아낸 건축물입니다.
붉고 하얀 장미꽃들이 각기 제 모습을 뽐내고 있습니다.
터널의 입구 표지판에 글이 하나 적혀있습니다.
[장미 터널,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 터널 아래를 함께 걸으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터널 끝 쪽에 소원지에 소원을 적어서 넝쿨에 매달 수 있습니다.]
... 정철의 센스일까요?
답지않게 로맨틱한 구석이 있네요.
아담 리히트:(네 손을 여즉 꼭 잡은 채로 터널의 입구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다, 네 오른팔뚝으로 이내 자연스럽게 시선이 흐른다.) 흐응, 소원을 적어서 넝쿨에 말이지...
베첼 마인하르트:(당신의 시선을 따라가다가 그것이 무엇을 담고 있는지 발견하면 킥킥거리고 웃으며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무슨 소원을 빌고 싶어서 그래? 오른팔에 슬쩍 묶어줘봐. 나만 몰래 볼게.
아담 리히트:아하하, 너만 몰래? (네 말에 또한 소리내 웃는다. 하여간 한술 더뜨는데는 도가 텄다니까, 하는 소리를 하며 여즉 손을 놓지않고 터널 안 쪽으로 걸음을 들였다.) 내 소원이야 뭐... ... 솔직히 여기와서는 뻔하지않나?
베첼 마인하르트:소원이 뭔지 알아야 이뤄주든 말든 할 거 아니야~ (능청스럽게도 말하며 당신을 따라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음, 아니 그래도 난 네 입으로 들어야겠는데? 뻔하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서로 다른 걸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거잖아. (조금은 억지스러운 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담 리히트:보통 이런데는 이루어지지 않을 걸 알지만, 그래도 빌어보고 싶은 걸 적는거 아닌가. (그리 말하며 짧게 입을 이죽인다. 뭐, 못 알려줄 것도 없는 소원이라지만 부끄럽긴 부끄럽단 말이지.) ... 자기는 뭐, 빌고 싶은 소원 있고?
터널 아래로 아담과 함께 걷습니다.
수많은 시간을 그와 함께 걸었지만, 지금만큼 그와 함께 걷는 것을 의식하며 걸었던 적은 없습니다.
두 사람을 둘러싸고 펼쳐진 거대한 장미덩굴에서 진한 꽃내음이 풍겨져옵니다.
베첼 마인하르트:빌고 싶은 소원? (반문하는 어투로 말하며 씩 웃고 망설임 없이 말을 이었다.) 아담 너랑 같이 따뜻하고 아늑한 우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그게 내 소원이야. (이루어지지 않을 걸 알고서도 비는 게 소원이라니. 그보다 더 잔인할 수 있나? 씁쓸한 얼굴을 숨기려 시선을 사방에 피어난 장미에게로 돌렸다. 언젠가 장미를 보며 당신을 떠올린 적이 있었다. 다른 이를 경계하느라 마음 속에 단단히 벽을 세우는 모습이 마치 가시를 세우는 장미 같았다.)
아담 리히트:... 그건, 내가... 어떻게든 할거야. (네 말에 시선을 느릿하게 감뜬다.) 뭐, 이러니 저러니해도 소원이라는게 사실 별거 아닐 수도 있지. 오늘 저녁으로는 따뜻한 스튜가 먹고싶어요, 도 소원이라면 소원이 될 수 있으니까. (그리 말하며 작은 한숨을 뱉었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저는 알턱이 없으니 그저 앞을 보고 걸을 뿐이었나. 이런데도 예쁘긴 하네, 하는 감상이 잠깐이다.)
멀리서 볼 땐 터널이 그리 길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출구가 도무지 가까워지지 않습니다.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자연광 하나 들어오지 않는 돔에서, 가로등 빛이 덩굴 사이사이로 새어 들어옵니다.
그 모습도 꽤나 절경이네요.
베첼 마인하르트:어떻게든 한다니, (거기서 잠시 말을 멈추고 느릿하게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럼 나 기대한다? 크리스마스에 산타 할아버지 기다리는 애들처럼 기대할 거야. (장난스럽게 말하고는 당신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긴 해. 그냥 뭔가를 바란다면 그게 소원인 거잖아. 거창하게 생각할 게 뭐 있겠어. 응? 그러니까 말해줘. 네 소원이 뭔지. 음... 마침 터널도 아직 좀 남은 것 같으니까 어려우면 천천히 말해줘도 괜찮아.
아담 리히트:그럴려고 지금 무리에서 나와서 이렇게 돌아다니는 거잖아? (네 말에 마주 장난스레 웃었을까.) 이렇게 겨울이 긴데도 아직 크리스마스 타령하는거보면 아직 덜 추운가보지? 난 이제 겨울이라면 신물이 나는데. (웃음 뒤로 흥, 하는 콧방귀를 끼는 것도 잠시다. 조금 더 네 손을 단단히 잡고서는 괜스레 춥지도 않으면서 옷 주머니 안으로 너와 제 손을 집어넣었을까.) -... 뭐, 못 말 할 것도 없지. 단순하디 단순하고, ... 말이 그렇다지만 영 이루기 어려운 소원도 아니야. (이어 깊은 숨을 들이 내쉰다. 뒤이어 붙는 말이 살짝 떨리는건, 네가 느꼈을지 모를 일이다.) ... ... 네 안녕을 빌거야. 어느 순간이든 다치지않고, ... 아프지않고...
베첼 마인하르트:이거 왜 이래~ 북반구야 크리스마스가 겨울이지만 남반구는 크리스마스가 여름이잖아. 크리스마스는 계절이랑은 상관없어. (따위의 이상한 논리를 펼치며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참 이상한 일이기는 했다. 이 식물원에 들어오기 전에는 그렇게 밉고 원망스러웠던 겨울이 왜 이렇게 또 금세 즐거운 계절이 되어버린 건지. 당신을 처음 만났던 것도, 당신을 다시 만났던 것도 모두 겨울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당신의 옷 주머니 안으로 손이 쏙 들어가자 또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가 비로소 당신의 입으로, 자신의 귀로 듣게 된 당신의 소원에 힘없는 웃음을 흘렸다. 이거 봐. 내가 생각했던 소원이랑 다르잖아. 그 말을 혀 밑에 묻어둔 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잡고 있지 않은 팔로 당신을 감싸 안고 당신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당신의 소원이 너무도 따스해 또다시 눈가가 붉어졌기 때문이었다.) 네 소원은 이뤄질 거야. 그렇게 되도록 나도 어떻게든 해볼게.
아담 리히트:크리스마스 정말 좋아해. ... 살면서 이렇게까지 크리스마스 좋아하는 사람은 네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은데. (능청스러운 대답과 더불어 이어진 일련의 모든 순간들이 정말로 꿈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끝까지 도달하지 않은 터널 속에서 걸음을 멈춰선 채로 너와 시선을 맞대기도 잠시. 목덜미에 닿는 간지러운 숨에 또 다시 낮은 웃음소리를 흘려냈던가. 나는, 이 품에 안긴 온기만 안전하면 된다. 네가 안전하지 않으면, 네가 없으면 모든 것들은 의미가 없을테니 말이다. 마주 뻗어낸 손으로 네 옷자락을 쥐고서는 더욱 몸을 붙여 안아내고는 품에 묻혀 웅얼거리는 소리를 냈다.) -... 사랑해, 베첼.
소원도, 이 순간도 이리도 따스한데 왜 아직 품에 안긴 아담의 체온만큼은 여전히 시리도록 차가울까요?
아담을 끌어안으면 안을수록 사람을 안고있다는 느낌보다는 정말 차디 찬 통나무를 끌어안고 있다는 생각이 더욱 여실하게 다가옵니다.
베첼 마인하르트:(아무리 마음을 다잡으려해도 이 차가운 체온을 마주할 때마다 현실이 이 꿈같은 순간을 깨고 성큼성큼 다가왔다. 난 너무 무서워. 네가 선로에서 마주쳤다 그 남자처럼 그대로 굳어버릴까 봐. 차마 당신에게 걱정이 될 때 소리내어 말하지 못하고 입속에서 이 말을 굴러낸 것도 벌써 몇 번째일까. 영원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당신의 품에서 나오는 냉기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도. 사랑해, 아담. 언제까지나 너만 사랑할 거야.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후회가 남을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 행복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처럼 속삭이고 당신을 끌어안았다. 아... 차라리 같이 얼어붙었다면 어땠을까. 이보다는 덜 고통스러웠을까. 의미없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아담 리히트:... 이럴 줄 알았으면... (좀 착하게 살 걸 그랬나? 나는 벌을 받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내 복수심으로 희생시켰던 죄없는 많은 이들의 목숨값을 받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내게 안정이 찾아오는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이렇게 찾아온 혹한기와 더불어 낫지도 않을 감기라니. 신은 내게 모질기만 해. 나도 말이야, 애초에 악인으로 태어난 게 아니었잖아. 날때부터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고. 상황이, 그렇게 만든거잖아. 그리 믿지도 않는 신을 탓하는 생각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입밖으로 내면 네가 슬퍼할 말임에 삼키는 그것은 심장을 계속 쿡쿡 찔러냈다. 너를 강하게 잡은 채로 한참을 깊게 숨을 들이마시다 이내 천천히 품에서 벗어났다.) ... 이렇게 소원을 다 말해버려서야 끝까지 가는 의미가 없겠는데? (그리고는 잘게 웃으며 다시 너를 이끌듯 한 걸음을 먼저 떼어냈다.) 그래도 소원종이는 쓸거야?
베첼 마인하르트:그래도 종이는 써야지. 종이에 안 쓰고 말로만 했다고 소원 안 이뤄주면 억울하잖아. (괜히 장난스러운 말이나 해대며 당신에게 걸음을 맞춰 걸었다. 그러나 애써봐도 마음을 완전히 숨길 수는 없는 것이라 그 이후로 한동안 무슨 말도 나오지 않았다. 말을 하려고 입을 열면 두서 없이 단어들을 쏟아내며 당신에게 매달릴 것만 같았다. 당신의 소원에는 당신이 없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에 더욱 더 그랬다. 아까까지만 해도 터널이 엄청 길었던 것 같은데, 터널이 끝날 때까지 얼마나 남았지? ...끝이 오지 않았으면 싶기도 했다.)
잠깐 그리 말 없이 걷다보면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터널의 끝에 넝쿨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소원지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색색의 소원지들을 보고 있자면 추위로 인해 오랫동안 끊어져 있던 사람과의 연결이 희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얼마 걷지 않아, 소원종이들이 늘어진 터널 끝에 도달합니다.
터널 끝에는 작은 테이블이 있고, 그 위에는 색색의 색종이들과 볼펜이 놓여져있네요.
소원을 쓰려면 이 곳에서 쓰면 될 것 같습니다.
아담 리히트:... 막상 쓰려니까 엄청 간지러운 기분인데... ... (멋적은 듯 시선을 돌려 다른 사람들이 쓴 소원종이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오래 된 종이에는 우리사랑 영원하길, 따위의 멘트가 적혀있었고, 비교적 최근 것은 이 혹한기가 끝이나면 좋겠다는 내용들이 적혀있었던가.)
베첼 마인하르트:(색종이에 글씨를 적으려다가 당신의 말에 당신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작은 웃음을 흘렸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소원 하나 쯤은 적고 가야지. 정 부끄러우면 안 쳐다보고 있을게. 편하게 써. (당신이 다른 사람들의 소원종이를 훑는 것을 보고 저도 따라 이미 걸려있는 소원들을 읽었다.) 이 소원 적은 사람들은 지금 쯤 다들 어디서 뭐하고 있으려나. (답이 정해져있는 물음을 중얼거리고 다시 고개를 숙여 종이에 소원을 적어내려갔다. '아담이랑 같이 따뜻한 우리 집으로 돌아가게 해주세요.' 그리 적고는 간절함을 불어넣듯 양 손바닥 사이에 종이를 끼우고 무어라 중얼거린 후에 종이를 뒤집어 내용이 보이지 않도록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아담 리히트:... ... (종이를 가져다 글씨를 써내리는 너를 보다, 다시금 종이 쪽으로 시선을 흘긴다. 그렇지, 이왕인데. 원래도 써볼 요량으로 오지 않았던가. 이미 말로 내뱉은 소원은 효력이 없다던가 하는 어디서 주워들은 내용이 떠오르지만 고개를 흔들어 생각을 떨쳐내고는 테이블 쪽으로 가 종이를 집어냈다. 이어 볼펜을 손에 쥐고 글을 써내린다. 천천히 써내리는 글씨체는 꽤나 삐뚤거리는 모양새였던가. 두어 글자를 쓰다 손끝을 접었다 폈다하고는 다시 천천히 써내리다보면 '베첼이 다치지않고, 아프지않고, 오래 살게해주세요.' 따위의 짧은 문장을 쓰는데도 5분 남짓한 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글씨는 집중하지않으면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모양새였다.)
소원을 다 적었으면 넝굴에 매달아볼까요?
마침 근처에 좋은 위치가 비어있습니다.
베첼 마인하르트:(뭐라고 쓰는지 보지 않겠다고 했으니까... 당신이 천천히 글씨를 써내려가는 시간동안 다시 사람들이 묶어놓은 쪽지를 가만히 둘러보았다. 그러면서 어디에 걸어야할지 고민하다가 적당한 위치를 발견하고는 색종이를 먼저 넝쿨에 매달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당신을 보며 고개를 슬쩍 기울인 채 물었다.) 묶어줄까? 아니면 네가 묶을래?
아담 리히트:네가 묶어주면 안보겠다고 한게 의미가 없잖아. (네 말에 피식 웃음을 지으며 제 손에 잡힌 종이를 내려본다. 이것까지 내가 묶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라 생각하며 네 가까이로 걸어가 네 소원종이 옆에다 제 종이를 느릿하게 매달아냈다. 퍽 신중하게 집중한 태로 한참 손을 놀리더니 이내 너를 돌아보며 짧게 웃었다.) 이제 다 됐나? 다른데로 가볼까.
베첼 마인하르트:아, 그러네. 그건 생각 못 했다. (그런 기운 빠지는 소리를 하며 웃고는 당신이 종이를 묶는 것을 보고 있다가 손을 내밀었다.) 다음이 뭐였더라, 포토존?
아담 리히트:그랬던 것 같은데. ... ... 그러고보면 우리... 따로 사진 같은거 찍어 본 적이 없던가. (내민 손에 익숙하게도 네 손을 마주 잡아낸다. 터널의 출구 끝으로 길을 따라 또다시 걸음을 옮겼다.)
베첼 마인하르트:사진... 그러고보니 우리 둘이 같이 사진 찍어본 적은 없었네. 맨날 붙어있었더니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어. (새삼스럽게 깨달았다는 듯 말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아담 리히트:... 포토존이면 뭐, 기계라도 있나. (느긋한 어조다 평소라면 염두에도 두지않았을 내용이 떠오르는건 아무래도, 제 상태 때문이겠지. 먼 곳으로 시선을 보내다가 이내 다시 너를 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다.) 있으면 한 장 찍을까?
베첼 마인하르트:(먼 곳으로 갔다가도 다시 제게로 돌아오는 시선을 마주하고 방긋 웃었다. 당신이 먼저 사진을 찍자고 하다니. 이런 순간순간이 바깥의 바람보다 더 매섭게 다가왔다.) 좋지. 가지고 다니고 싶어. 얼굴 상태가 말이 아닐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찍자.
아담 리히트:... 뭐, 좀 꼬질거리긴한데 지금 안 꼬질한 사람이 어디있겠어. ... ... 나중엔 그것도 추억이라고 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흘려 덧붙인 말은 작았나. 혼잣말이라고해도 지나치게 작은 목소리였다.)
머지않은 곳에 위치한 마지막 목적지는 포토존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색색의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 있는 정원이 드리웁니다.
노란 개나리꽃들 위로 날아다니는 나비들이며, 색별로 정렬 되어 있는 튤립들이며, 흔들 그네에 주렁주렁 달린 나팔꽃들이며.
이젠 흔히 보기 힘들어진 이유로 더 아름답고 감격스럽게 다가오는 풍경입니다.
모두 촬영이 가능한 장소라고 되어있지만, 우린 마땅히 사진을 찍을 도구가 없습니다.
기계라도 설치되있는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닌 모양입니다.
아쉽지만 주변이나 좀 둘러볼까요.
베첼 마인하르트:...미안, 방금 뭐라고 하지 않았어? 다시 볼 거라고는 생각 못했던 풍경이라 잠깐 정신이 팔렸네... (정원을 둘러보던 시선을 빠르게 당신에게로 돌려 물었다.)
아담 리히트:뭐. ... 포토존까지 왔는데 카메라가 없다고. (바로 아까와 다른 말을 내뱉으며 주위를 다시금 둘러본다. 그냥 사진 찍기 좋다고 포토존인가, 따위의 아쉬운 감상을 흘린다.)
베첼 마인하르트:아... 그렇네. 사진 촬영 부스가 따로 있는 건 아닌가 봐. (식물들은 그렇다 쳐도 연못에는 잉어에, 정원에는 나비인가. 대체 얼마나 정성을 쏟아부었는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아니, 이게 단순히 정성을 쏟는다고 가능한 일인가...? 정말이지 이 거점의 주인은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냥 조금 걸으면서 구경이나 하자.
그렇게 아쉬움을 느끼고 있노라면, 정철이 카메라를 들고 두사람에게로 걸어옵니다.
정철 :두 분이 오시면 사진을 찍어드리려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한장 찍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어떠세요?
참 타이밍도 좋은 사람입니다.
아담 리히트:(설마 여기서 계속 기다렸나, 좀 꺼림찍한데, 하고 생각하며 베첼을 응시했다. 그래도, 뭐. 마침 잘 된 일이라고 좋게 생각하면 될 일이다.) ... 찍어달라고 할까?
베첼 마인하르트:(타이밍 한번 기가막힌데...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당신 쪽으로 돌리자 당신과 눈이 마주쳤다.) 그렇게 하자. 한 장 찍어두면 좋을 것 같아.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정철을 보며 매끄럽게 미소 지었다.) 그럼 부탁드려도 될까요?
정철 :그럼 이쪽으로 와보세요. 젊은 커플분들에게 여기가 그렇게 인기가 좋더라고요. (카메라를 들고 앞장 서 걸었다.)
정철이 이끈 곳은 꽃들이 핀 정원들을 배경으로 하는 백조 석상의 분수대입니다.
물이 졸졸졸 나오는 분수대의 뒤로 펼쳐진 꽃밭이 아름답네요.
정철 :자, 두 분. 단란하게 앞에 서 보실래요?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고 분수 중앙으로 서보라며 잘게 손짓했다.)
베첼 마인하르트:종종 다른 분들이 여기서 머물고 가시는 모양이에요. (처음 만났을 때 주로 연인들끼리 온다던 말도 그렇고... 생각하며 그리 말하고는 먼저 분수 중앙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당신의 손을 부드럽게 끌었다.)
정철 :가끔 두 분처럼 길을 잃고 오시는 이방인 분들도 있거든요. ... 재해 일전에는 거대 식물원이라고 소문나서 관광지로 쓰던 곳이기도 했고요. (앞에 선 두사람을 카메라 안에 고정시켜 잡아냈다.) 좋아요, 셋 하면 찍을게요.
아담 리히트:확실히... 관광지로 오긴 좋아보이긴 하네. (너를 보며 입매를 짧게 끌어올리고는 네 옆에 가까이 붙어 고개를 살짝 네 쪽으로 기울여냈다.) 웃어, 베첼.
하나, 둘, 셋.
찰칵.
폴라로이드 사진기의 짧은 셔터음과 함께 곧 사진기 아래로 사진 한 장이 뽑아져 나옵니다.
당신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나요?
베첼 마인하르트:(가까이 붙은 당신을 늘 그랬던 것처럼 끌어안으며 고개만은 평소와 다르게 정면으로 돌린 채 카메라를 바라봤다. 전혀 그럴 상황이 아닌데도 자꾸만 상황을 잊고 가슴이 간질간질해 웃음이 나왔던가. 카메라 옆에 있는 것이 어색하고 쑥스러워 부끄러워하는 웃음이 찍혔을지도 모르겠다.)
사진을 든 정철은 사진이 아주 잘 나왔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웃습니다.
이내 고개를 들어 지긋이 어딘가 바라봅니다.
아담 리히트:(네 손을 잡아 이끌어 정철에게로 가까이가 사진을 확인해 본다. 너한테 웃으라고 한 것 치곤 제 표정이 더 어색해보이는 듯해 입매를 미묘하게 틀기도 했던가. 베첼은 자연스러운 미소가 잘 찍혔는데 저는 눈을 좀 감은 것 같기도하고, 따위를 생각을 늘어놓다보면 그의 시선이 가는 쪽을 같이 응시했다.)
베첼 마인하르트:...? (뭐지? 사람들이 다들 쳐다보니 사진을 확인할 생각도 못하고 그들의 시선이 모이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머무르는 곳은 게시판이네요.
이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은 여러 사람들의 사진이 걸려있습니다.
사랑하는 연인부터 여럿이서 찍은 가족사진까지요.
행복해 보이는 사진들이 빼곡히 걸려있는 게시판의 가운데 부근, 사진 한 장이 들어갈 만큼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정철 :... 괜찮다면 두 분의 사진을 저기에 걸어두어도 괜찮을까요? (게시판에서 시선을 떼고 두 사람을 응시했다.) 저한테는 이곳을 스쳐가는 모든 사람들의 추억이 깃든 장소와도 같거든요. 아, 가져가고 싶으시다면 그리하셔도 괜찮습니다만은...
베첼 마인하르트:아... 죄송해요. 사진은 가져가고 싶어요. 저희가 이렇게 같이 사진을 찍은 적이 없어서요. (그러던 중에 문득 주머니에 넣어뒀던 사진이 생각나 주머니에서 조심스럽게 사진을 꺼내 정철에게 내밀었다.) 이거... 아까 연못에 떨어져있던 걸 주웠는데 혹시 잃어버리셨던 걸까 싶어서요.
정철 :... ... 아. (네 주머니에서 나온 사진에 눈을 크게 꿈뻑이다 손을 내밀어 사진을 받아낸다. 바로 씁쓸하게 웃는 표정을 지으며 베첼에게 고개를 까딱여냈다.) 전에 게시판을 정리하다가 잃어버린 사진이, ... 이거였군요. 찾아줘서 고맙습니다. ... 어찌 그게 거기 떨어져있었는지... (그리 말하며 찍은 두 사람의 사진을 베첼에게 내밀었다.)
사진을 받은 정철의 표정은 꽤나 슬퍼보이기 까지 하는 것 같습니다.
그에게 소중한 사진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베첼 마인하르트:(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고개를 꾸벅이며 사진을 받고는 그것을 잠시 바라보다가 코트 안주머니에 소중하게 집어넣었다.) 저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같이 사진을 찍으신 그 분은 누구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정철 :... 제, 아내입니다. (가라앉은 목소리로 낮게 속삭였다.) 반년 전에 고열로 세상을 떠났죠. (사진을 소중하게 쓰다듬다가 주머니에 넣어냈다.) 그래서 두분이 더 신경쓰였는지 모르겠습니다.
베첼 마인하르트:아... 제가 너무 배려도 없이... 죄송해요. (더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해 입술만 달싹이다가 결국 입을 다물었다. 이런 식으로 가족, 애인, 친구를 잃은 사람이 차고 넘치는 것이 지금의 세상이었다. ...어쩌면 아마도 나도 곧. 애써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가 놓았다.)
정철 :아닙니다. 신경쓰지마십시오. (짧게 웃으며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다 몸을 물렸다.) 두 분, 사진은 한장이면 충분합니까? 아니면 한장 더 찍어드릴까요?
베첼 마인하르트:음... (고민하는 듯 소리를 길게 끌다가 당신에게 고개를 내렸다.) 어떻게 할래?
아담 리히트:... 한 장이면 충분하지? 이런 사진은 희소성 있을 수록 좋으니까. (네 질문에 어깨를 으쓱여냈다.)
베첼 마인하르트:(이해했다는 듯이 당신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고개를 정철에게로 돌렸다.) 한 장이면 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정원의 풍경을 천천히 눈에 담았다. 이 복잡한 심경을 어떻게 해야할까... 머리가 잡념 취급당하는 것들로 가득 찼다.)
정철 :그럼 오늘은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시느라 피곤할테니 이만 쉴 곳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 가실까요? (그리 말하고는 앞으로 먼저 걸음을 옮겨냈다.)
베첼 마인하르트:(여기서 얼마나 더 있게 되는 걸까. 바깥은 생명체가 살아가기 어려울 정도로 차가운 곳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곳에 집이 있기에 자꾸만 조바심이 들었다. ...몸이 살만하니까 해이해진 정신머리가 사치를 부리려고 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머릿속에서 조바심을 지워내고 묵묵히 당신의 손을 잡은 채 정철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정철을 따라 걸음을 옮기다보면 정철은 들뜬 목소리로 식물원은 마음에 드냐며 이런저런 당신들의 감상을 묻습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걷다보면, 문득 당신의 반걸음 뒤에서 걸어오던 아담이 당신의 옷자락을 잡아당깁니다.
베첼 마인하르트:...왜 그래? (걸음을 멈추고 당신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낮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손짓에 고개를 돌려보면, 아담이 바라보는 곳에 또 다른 컨테이너 박스를 발견합니다
이 곳에 온 처음에 있던 컨테이너 박스보다 훨씬 큰 컨테이너에요.
보안 장비가 걸려있는 곳을 보아 쉽게 출입이 어려워보이는 곳입니다.
정철 :... 아, 저기는 제 개인 연구실입니다. 개량식물들이나 연구일지들이 있는 곳이라... 손님이 들어갈 곳은 못 돼요.
두 사람의 걸음이 느려지는 것을 느낀 것인지, 정철이 뒤를 돌아보며 다른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킵니다.
정철 :웬만하면 이쪽 근처로는 출입을 삼가주시면 좋겠군요. 그리고, ... 숙소는 이쪽입니다.
그리 말한 정철은 걸음을 다시 돌려 돔 밖으로 이어지는 긴 비닐통로로 두 사람을 안내합니다.
아담 리히트:... 보통 저런 곳에 연구실은 안둘텐데. (뭔가 꺼름찍하다며 네게만 들릴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
베첼 마인하르트:(당신의 말이 왜 이리 섬찟하게 들리는지 모르겠다. 한 번 더 힐끔 연구실이라고 칭해진 컨테이너를 곁눈질로 봤다가 우선 정철의 안내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찝찝한 기분을 삼키며 정철을 따라 이동하면 머지 않은 곳에 작은 건물 하나가 보입니다.
은근하게 생활감이 보이는게, 누군가가 지내던 집처럼 보이네요.
두 번째 밤, 식물원의 별장.
이어 별장 안에 들어서면 퀴퀴한 먼지 냄새가 물씬 풍겨옵니다.
정철은 커튼을 치고, 창문을 잠깐 열어보더니 찬 바람에 서둘러 문을 닫습니다.
환기를 할 만한 날씨는 아닌 듯하군요.
아쉬운 대로 침대의 먼지라도 털며 말을 꺼냅니다.
정철 :여긴, ... 제 아내와 제가 쓰던 곳입니다. 같이 식물원을 운영하면서 대부분의 생활을 여기서 해결했는데... ... 아내가 세상을 떠나면서 잘 오지않게 됐죠. (애꿎은 이부자리만 툭툭 두들기다 두 사람을 응시했다.) 정리가 안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곳에서 큰 침대는 여기 밖에 없거든요.
베첼 마인하르트:아... (뭐라 말을 해야할지 알 수 없어 한참 말을 고르다가 입을 열었다.)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내 분께서 사용하시던 방을 저희가 써도 될지 모르겠네요.
정철 :하하하... 너무 그런 표정하지마세요. 좋게 쓸 수 있다면 또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옅게 웃으며 베첼의 어깨를 툭툭 두들겨냈다.) 더 좋은 곳을 내주지 못해 죄송할 뿐이죠. 아담씨도 몸 상태가 좋지않으니 더 푹 쉬는게 좋을거고요. (그리 말하고는 두 사람을 지나쳐 문 쪽으로 향했다.) 필요한게 있다면 언제든 제 방으로 오셔도 좋습니다. 위치는 기억하시죠? 처음에 아담씨를 눕혔던 방이요.
베첼 마인하르트:이미 충분히 좋은 방인데 왜 그런 말을 하고 그러세요... (눈썹을 축 늘어트린 채 입꼬리를 올리며 말하고는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기억해요.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정철 씨도 피곤하실 텐데 얼른 쉬세요.
정철 :네, 그럼... 좋은 밤 되시길.
밤인사를 한 정철은 별장 밖으로 나섭니다.
이제 이 공간엔 둘만 남았네요.
아담 리히트:... ... 그럼, 우리도 슬슬 할 일을 할까. 여기 오래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당장 날이 밝으면 떠날 수 있게 길을 다시 찾아볼게.
베첼 마인하르트:...그래, 그러자. 움직여야지. ...너 몸은 괜찮아? 움직일 수 있겠어?
아담 리히트:걱정마, ... 이젠 감기 걸리기 전만큼 건강한 느낌이니까. (네 말에 희게 웃으며 근처 의자를 빼고 앉아 네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지도 줘봐.
베첼 마인하르트:... ...그렇다면 다행이고. (군말 붙이지 않고 그저 웃으며 짧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짐 속에서 지도를 꺼내 당신의 손 위에 얹고 자신은 그 옆에 서서 어깨 너머로 지도를 살폈다.) 혹한기 이전부터 있던 식물원이라고 했으니까 지도에도 나와있을 것 같은데...
아담 리히트:... 음, ... (꼬깃거리며 접어뒀던 지도를 펼치며 집중해서 종이 위를 읽어본다. 선로에서 어느방향으로 이동했는지 모를 일이니 한참 지도를 살피는 눈길이 이어졌던가.) ... 아, 여기있다. 꽤 멀어졌는데... ...
아담은 이후로 꽤나 집중했는지 중얼거리는 말만 내뱉으며 고민하는 기색만을 이어갑니다.
... 방해하지않는게 좋겠죠?
베첼 마인하르트:(슬쩍 곁에서 떨어져나와 다른 곳에 있던 의자를 빼 앉은 채로 고민이 끝나기를 얌전히 기다렸다.)
그 이후로 아담이 길을 다 찾기를 기다려보지만 어찌 돌아봐주지도 않네요.
어쩔 수 없죠, 그동안 별장 안이라도 좀 둘러보고 있을까요?
슬쩍 둘러본 이 곳은 별장, 이라고 하기엔 오두막이 더 맞는 말 같습니다.
분리된 공간 없는 하나의 방으로 이루어진 이곳에 있는 가구라곤 [탁자]. [책장]이 전부입니다.
또 살필 수 있는 건 [벽]이 고작인 것 같네요.
베첼 마인하르트:(정철 씨 부부가 사용하던 공간이라고 했지... 큰 컨테이너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까 생각하며 탁자에 툭 시선을 던졌다.)
방 가운데에 놓여있는 동그란 탁자입니다.
탁자 위에는 네모난 식탁보가 깔려 있습니다.
식탁의 가운데에는 [액자]와 [메모장]이 놓여있습니다.
베첼 마인하르트:? (무슨 액자지? 탁자에 다가가 액자를 들여다보았다.)
액자를 들어본다면... 정철과 그의 아내로 추정되는 사람의 사진입니다.
식물원 앞에서 찍은 사진인 것 같아요.
팔짱을 낀 채 활짝 웃고 있는 그와 그의 아내의 모습이 앳되어 보입니다.
연못에서 주웠던 사진과 비슷한 시기의 사진 같네요.
베첼 마인하르트:(그 즈음에 사진을 많이 찍었었나... 참 행복해보인다는 짧은 감상과 함께 메모장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상대가 부재 중일 때 필요한 말을 적어놓고 가는 메모장처럼 보입니다.
우리도 혹한기가 오기 전엔 종종 이런걸 썼었죠.
날짜가 띄엄띄엄하고 그다지 눈에 띄는 메모는 없습니다.
베첼 마인하르트:(현관에 놓아뒀던 메모를 떠올리며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던가. 천천히 걸음을 옮겨 책장 앞에 서서 책장을 눈으로 훑었다.)
입구에서 오른쪽 벽에 위치한 책장입니다.
대부분 식물에 관한 전문 도서이거나 식물 아트 스크랩 북인 것 같습니다.
책 없이 부분부분 비어있는 자리엔 액자와 조화가 담긴 병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베첼 마인하르트:
자료조사
기준치: 50/25/10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자료조사 성공
책장을 눈으로 훑던 와중 책 중 저자의 이름이 ‘정철’인 책을 발견합니다.
베첼 마인하르트:(책도 썼나? 저자가 정철인 책을 꺼내 내용을 살폈다.)
책보다는 논문에 가까운 전문 도서인 것 같습니다.
아담도 종종 이런걸 읽고는 했었죠.
내용을 살펴본다면... 그가 이전에 언급했던 ‘개량 식물’들에 대한 연구 내용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대체로 알아들을 수 없는 내용이 반이 넘지만 말입니다.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책 사이에서 무언가 툭, 떨어집니다.
베첼 마인하르트:(보기만 해도 머리가 과열되는 것 같은 기분에이마를 짚었다가 무언가 떨어지자 몸을 숙여 그것을 주웠다. 뭐지?)
주워서 살펴보면 책갈피인 것 같습니다.
노란 데이지가 압화 되어있는 책갈피네요.
책갈피의 구석에는 4월 6일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베첼 마인하르트:(...4월 6일에 만든 책갈피인가? 아니면... 4월 6일이 무슨 날인가? 골똘히 생각하다가 우선 페이지에 다시 책갈피를 끼워넣고 책장을 조금 더 살펴봤다. 더 특별한 건 없나?)
더 살펴봐도 그리 눈에 띄는 책은 없습니다.
전문 도서들은 제목만 보고 있어도 머리가 아파오는군요.
베첼 마인하르트:어우... (진저리치듯 고개를 가볍게 흔들고는 들고 있던 책을 다시 책장에 꽂아넣고 벽을 둘러봤다.)
침대를 마주 보고 있는 벽입니다.
벽에는 각종 식물들의 사실적인 그림들과 인화 사진들이 붙어있습니다.
그중 몇 개는 테이프가 떨어져서 바닥에 나뒹굴고 있지만요.
베첼 마인하르트:(연구하느라 붙여놓은 것들인가?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건 확실히 알겠다. 벽에 붙어있는 그림과 사진을 빤히 보다가 갸웃거리며 다시 의자에 앉아 당신을 바라봤다. 아직도 고민 중인가?)
벽에 붙어있는 그림이나 사진따위를 바라보고있노라면 옆면에 붙은 글로 된 메모도 몇개 읽을 수 있습니다.
이제껏 보았던 필체와는 다른 것이 여기있는 대부분은 아내가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이후로는 크게 특별할 건 없네요.
그렇게 아담을 다시 바라보면... 아담은 당신이 방 구경을 마치고 돌아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들며 당신을 바라봅니다.
아담 리히트:구경은 잘 했어?
베첼 마인하르트:...아, 응. 미안. 기다렸어?
아담 리히트:아니, 기다리게 한 건 내 쪽일텐데? (네 말에 아하하, 하고 웃으며 네 쪽으로 지도를 보였다.) 일단, ... 우리가 있는 곳은 여기야. (그리 말하며 지도의 한 부분을 가리켜보였다.)
베첼 마인하르트:(머쓱해하며 마주 웃고는 당신이 가리키는 곳을 시선으로 따라가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담 리히트:방향은 우리가 가려던 방향이랑 크게 다르지않아서, ... 도로로 빠져나와서 이 길로 쭉 걸으면 우리가 살던 지역으로 들어 갈 수 있을거야. (이어 손가락으로 길을 죽 표시해보였다.) -, ... 생각보다 근처더라고. 왜 거기 사는 중에 이런게 있다는게 몰랐는지 몰라.
베첼 마인하르트:...의외네... (심지어 꽤 유명한 관광지였다는 것 같았는데 왜 몰랐지? 의아함을 느끼면서도 그래도 아는 곳으로 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안도감이 들었다.) 아무튼, 길 찾느라 고생했어. 시간은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아담 리히트:... 애초에 알았으면, 그런 모험 같은 짓은 안 하고 바로 여기로 와볼 수 있었던건데. (툭 내뱉는 말에는 무게가 실려있었던가. 이미 일어난 일은 어찌할 수 없다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너를 응시했다.) 내일 일찍 일어나서 걸으면... 해가 지기 전에는 도착 할 수 있을지도.
베첼 마인하르트:...어쩔 수 없는 거잖아. 이미 지나간 일이야. 너무 신경 쓰지 말자. (그리 말하며 당신에게 다가가 당신을 소중하게도 끌어안고 토닥였다. ...변수가 있을 걸 고려해도 며칠만 더 버티면... 생각을 속으로 삼키며 당신에게 감고 있던 팔을 풀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서고는 당신의 앞에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는 빙그레 웃는 것이었다.) 그럼 일단 더 할 일이 없으면 오늘은 이만 쉴까. 체력을 미리 보충해둬야지.
아담 리히트:(네 품에 안겨 도닥임을 받다보면, 제가 지나 온 선택에 후회를 한다는 것이 퍽 새삼스럽게도 느껴졌지. 너와 있으면 참 후회가 많았다. 그러지 말걸, 그런 건 하지말걸, 그런 말을 말걸. 그런 생각을 하고 있노라면 짧게 웃음이 났을까. 저를 안고있던 네 온기가 물려나며 제게 손을 내미는 것에 지도를 안주머니에 밀어넣고 네 손을 잡아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럴까. 침대는 진짜 오랜만이네. (그리 말하며 너처럼 입매를 끌어올려 웃었을까. 먼저 침대 쪽으로 너를 이끌어내며 침대 위에 몸을 앉혀냈다.)
베첼 마인하르트:그러게 말이야. 이렇게 따뜻하게 자는 것도 되게 오랜만인 것 같고. (당신에게 이끌려 가 침대에 앉아서는 가만히 당신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왜 바로 안 눕고 그렇게 앉아 있어?
아담 리히트:... 정철이라는 사람 말이야. (고개를 기울이는 너를 보며 메모장 쪽으로 잠깐 시선을 뒀다.) ... 오래 만나면 다 그렇게 되는걸까.
베첼 마인하르트:...오래 만나면 그렇게 된다니...? (당신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여전히 고개를 기울인 채로 물었다. 아까 봤던 메모장도 다시 떠올려봤지만 도통 무슨 말을 하는지 추측해내기 어려웠다.)
베첼 마인하르트: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1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지능 성공
다시 기억을 되짚어봅시다.
메모는 특별하게 눈에 띌 내용은 없었는데... 그리 생각을 이어나가다보면 무언가 미묘하게 걸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옛날의 메모부터 현재의 메모까지 나열해 보면 정철의 메모로 추정되는 메모들은 점점 내용이 간결해지고 특별한 애정표현 같은 것도 없습니다.
후반부에는 상당히 딱딱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런 성향의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는데 말이죠.
베첼 마인하르트:(가만히 메모장의 내용들을 떠올리다가 고개를 바로하고 당신을 그저 강하게 끌어안았다.) ...아담. 너 지금 뭘 걱정하고 있는 거야. ...우리는 다를 거라는 말을 해도 너한테 크게 와닿지는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한 번만 나를 믿어주면 안 될까.
아담 리히트:... 이런 걱정도 하는거 보면 복에 겨웠네. (네 말에 짧게 웃으며 너를 마주 끌어 안은채로 몸을 뒤로 눕힌다. 생각보다 푹신한 매트리스가 등에 닿아 몸이 짧게 출렁였다.) 뭐, 그런것도 그런거지만... ... 음, 정철은 아내를 별로 사랑하지 않았던 것 처럼 보여서 말이지.
베첼 마인하르트:(버티지 않고 그대로 같이 누워서는 여전히 당신을 품에 안은 채 천천히 토닥였다.)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느꼈는데? (묻고는 당신에게서 대답이 돌아오기 전까지 자신도 곰곰이 기억을 되짚으며 생각에 빠졌다. 그랬나? 연못에서 발견했던 옛날 사진에서는 그래도 사이가 꽤 괜찮아보였던 것 같은데. ...아무리 마땅한 공간이 없다고 해도 죽은 아내가 사용하던 공간인데 외부인을 머무르게 했다는 부분이 이상하기는 했지...)
아담 리히트:... 억측일지도 모르지만, 아내 얘기를 그다지 달가워 하진 않는 것 같았거든. 식물원 얘기 할때만 텐션이 좀 달랐다고 할까. (그런 얘기를 짧게 늘어 놓다보면 문득 말을 멈춘다. 네 품에 고개를 쑥 들이밀고 침대 안 쪽으로 자세를 고쳐 잡아 제대로 누우며 멋적은 웃음을 흘렸다.) ... 생각해보니 내가 할 말은 아니네. 연구원 놈들이 다 그렇지. (막상 저만해도 종종 그럴때가 있지 않았던가. 덕에 네가 몇번이고 토라지기도 했던 옛기억이 떠오르면 입매가 짧게 비틀렸다.) ... 잘까.
베첼 마인하르트:식물원이나 연구 얘기를 할 때는 엄청 신나보이기는 하더라. (당신의 말에 자신이 이제까지 당신을 상대로 해왔던 토라진 시늉이나 정말로 토라졌던 때를 떠올리고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래도 사랑하니까 봐주는 거야. 다음은 없다? (몇 번이고 넘어갈 거면서 장난스럽게 괜히 그리 말하고는 당신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눈을 감았다.) 자자. 얼른 자야 내일 일찍 일어나서 움직이지.
아담 리히트:아하하, ... 평생 그 마음 안 식게 잘 해야겠는걸. (감기에 걸린 이후로는 입끼리 마주쳐 입을 맞추는 일이 없었던가. 그것이 아쉽다면 아쉬울 일이다. 만약, 이 감기가 낫는다면...,) ... 잘자, 베첼. 사랑해. (참으로 간지러운 말이지. 할때마다 새롭게 간질거리는 기분에 이내 눈을 꾹 눌러감았다.)
베첼 마인하르트:아주 열심히 잘 해야할 걸. (여전히 장난스러운 어투가 입가를 맴돌았다. 사랑한다는 말에는 어김없이 웃음이 입 밖까지 마중을 나오고는 했다. 들어도 들어도 좋은 걸 어떡하겠나.) 그래, 잘 자. 나도 사랑해, 아담. 좋은 꿈 꿔.
이 말을 계속해서 듣고, 들려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일일까요.
품 안의 그를 끌어안고 있노라면 하루중의 피로가 한번에 몰려오는 듯 합니다.
이내, 당신은 빠르게도 잠에 빠져듭니다.
..... .....
반짝, 눈이 떠진 것의 새벽의 일이었습니다.
잠에서 깬 당신은 기이한 위화감을 느낍니다.
... ... 아담의 숨이 조금 이상해요.
베첼 마인하르트:... ...아담? (불안이 솟구쳐 떨리는 제 숨을 억누르며 당신의 숨소리에 집중했다.)
집중해서 그의 숨소리를 들어본다면 분명 숨을 쉬고는 있으나, 불규칙적인 호흡이 느껴집니다.
들이 마시기만 번복했다가, 앓는 소리를 내며 내뱉었다가, 이내 잠깐 호흡이 멈추기도 합니다.
베첼 마인하르트:아담, 일어나 봐. ...응? (당신을 흔들어 깨우며 연신 이름을 불러댔다.)
아담의 이름을 부르며 흔들어보아도 미동이 없습니다.
눈을 뜰 기색이 없어요.
베첼 마인하르트:왜 그래... 제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달리 없어 입술만 꽉 깨물었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당신을 등에 업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처음 이 곳에 왔을 때 아담을 눕혀놨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정철이 거기 있어야 할텐데...)
아담을 업고 방 밖으로 나섭니다.
밤 늦게까지 깨어있을테니 무슨 일이 생기면 찾아오라던 그의 말이 떠오른 덕입니다.
쌀쌀한 비닐 통로를 지나 돔 안으로 들어오면 야간 등을 제외하고 불이 다 꺼져있어 스산한 분위기가 맴돕니다.
저녁에 보았던 포근한 느낌은 조금도 들지 않습니다.
빠른 걸음을 놀리고 있노라면 당신의 등 뒤의 아담이 춥다고 잘게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오네요.
베첼 마인하르트:... ...미안해... 서두를게. 조금만 참아. (대답하듯이 중얼거리고 최대한 걸음을 서둘렀다.)
그렇게 걸음을 서두르는 와중에 당신의 눈에 커다란 컨테이너 박스가 들어옵니다.
개인 연구실... 이라고 했었죠?
어쩐지 안에 희미하게 불빛이 들어와있는 것처럼도 보입니다.
혹시 정철은 지금 저기 있는 걸까요?
베첼 마인하르트:(출입을 삼가라고는 했지만... 지금은 그런 걸 가릴 때가 아니라는 판단을 하며 커다란 컨테이너 박스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당신은 컨테이너 박스로 조심스레 향해봅니다.
베첼 마인하르트:... ...정철 씨? 안에 계세요?
연구실의 문을 열면 안에서 풀 냄새가 물씬 풍겨옵니다.
당신의 가게에서도 이런 향이 났죠.
물론, 여기 있는 것들을 향들이 유독 독하지만 말입니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연구용 식물들], [책상], 그리고 박스 안쪽에 굳게 닫혀 있는 [철문]입니다.
베첼 마인하르트:... ... ...(고개를 힐끗 돌려 아담을 확인하고 곧장 철문으로 다가갔다.) ...정철 씨, 거기 계세요?
철문으로 가까이 다가가면... 카드를 찍으면 문이 열리는 구조로 닫혀있는 문입니다.
문에는 별다른 글씨가 쓰여 있지 않습니다.
베첼 마인하르트:...(보통 이런 건 책상에 두거나 몸에 지니고 다닐 것 같은데.. 생각하며 책상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눈으로 물건을 훑었다.)
와, 보자마자 탄성부터 나오는 지저분한 책상입니다.
진짜 연구원들은 하나같이 다 똑같은 걸까요?
연구 일지처럼 보이는 종이들이 규칙 없이 너저분하게 펼쳐져 있고, 얼마나 오래 놓여 있는지 알 수 없는 커피 캔들은 한쪽 구석에 몰아넣어져 있습니다.
외국어로 쓰여있는 어려운 [문서]들은 최근에 가져다 놓은 것처럼 종이 더미 위에 가지런히 쌓아져 있습니다.
베첼 마인하르트:으... (딱 봐도 어려워보이는 문서를 보고 반사적으로 앓는 소리를 냈다가 지금은 그렇게 약한 소리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혹시 자신이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고 가지런히 쌓인 문서를 들여다봤다.)
베첼 마인하르트:
교육
기준치: 50/25/10
굴림: 1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교육 성공
학교에서 배웠던 외국어 실력을 뽐낼 시간입니다.
쌓인 문서들을 들여다본다면... 문서에 유난히 감기, 열병에 관한 단어들이 많습니다.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단어들이 섞여 있어서 내용은 파악하기 어렵지만, 혹한기에 따른 감기 전염성의 급증을 다룬 문서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 감기라, 개인 연구실이라면서 왜 식물에 대한 연구는 않고 감기에 대한 문서를, 그것도 외국 문서를 읽고 있던 걸까요?
아내가 고열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고려해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건 반년이나 전의 일인 걸요.
그런 생각을 하며 책상 위를 더 살펴보고 있노라면 문서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생김새의 책을 발견합니다.
책보다는 일기장처럼 생겼군요.
오래된 것처럼 검은 표지가 너덜너덜합니다.
베첼 마인하르트:...? (홀린 듯 일기장처럼 생긴 것을 펼쳐 내용을 살폈다.)
일기장을 펼쳐보면 날짜와 함께 짤막한 일기들이 적혀있습니다.
베첼 마인하르트: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7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지능 성공
이게… 이게 대체 무슨 내용이죠?
정철이 자신의 아내를 죽인 건가요?
아니, 죽였다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습니다.
거기다 제물이라는 둥, 갑자기 몸이 굳었다는 둥… 알 수 없는 내용에 머리가 아파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머리에 꽂히는 문장들이 있습니다.
‘선영’이라는 사람, 즉 정철의 아내의 증상이… 묘하게 아담과 비슷하지 않나요?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베첼 마인하르트: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1d2 굴려주세요
rolling 1d2
(
1
)
=
1
이성치 1 하락
어쩐지 과하게 친절했다던가, 어쩐지 뒤가 구린 느낌이라던가…
왜 이런 직감은 항상 틀리지 않는 것일까요?
내막이야 어떻게 됐든, 정철이라는 사람이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은 아니란 걸 알게 됐습니다.
... 지금이라도 아담을 데리고 이 곳을 빠져나가는게 좋지않을까요?
아니, 아닙니다.
혹시, 이 연구실을 살펴본다면 아담의 증상에 대한 정보를 더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 어떻게 할까요?
베첼 마인하르트:... ... ...아담... (떨리는 숨을 간신히 내쉬며 입 안쪽 살을 깨물고 흐트러지려는 정신을 붙들었다.) 죽지마. ...죽으면 안 돼... (터져나오려는 감정 대신 그것을 뭉쳐놓은 말을 중얼거리듯 내뱉으며 연구용 식물을 빠르게 눈으로 훑었다. ...얼른 살펴보고 도망치자.)
연구 목적으로 쓰이는 식물들입니다.
화분에는 일련의 번호들이 쓰여 있습니다.
어떤 화분들에는 영양제처럼 보이는 노란 액체들이 꽂혀있기도 합니다.
어떤 식으로 연구에 사용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규칙적으로 정열 되어 있는 모습을 보니 함부로 건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베첼 마인하르트: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관찰 성공
시선으로 훑던 당신의 눈에 화분들 사이에서 카드가 하나 들어옵니다.
특별히 이름이나 글씨는 쓰여 있지 않고, 영어로 ‘보안 카드’라고 적힌 카드입니다.
... 저 철문에 쓰는 카드일까요?
베첼 마인하르트:... ... ...하... (저 문인 것 같은데... 철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저 안쪽에 있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는 건... 시신이 보관된 냉동고, 데이지, ...그리고 정철인가... 공포가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관통했다. 일기에서 봤던 다음 제물이 도착하면 잘 부탁한다는 말이 내내 걸렸다. ...정철은 아담을 진찰해보지 않았나. 그렇다면 몸이 이상하게 차갑다는 것도 알고 있을 거고... 하지만 이대로 도망치기엔 이 곳이 아니면 아담을 치료할 방법을 영영 찾지 못할 것만 같았다. ...결국엔 보안 카드라고 적힌 것을 손에 들고 철문에 부착된 인식 장치에 카드를 찍었다. 제발... 널 이렇게 죽게 둘 수는 없어...)
카드를 들어 장치에 대면 삐빅- 하는 소리를 내며 정철의 이름이 뜹니다.
곧이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 이내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서면, 찬 공기가 훅, 당신을 스쳐 지나갑니다.
이곳은 마치… 냉동고 같아요.
무엇보다 안쪽에선 무슨 냄새인지 형용할 수 없는 퀴퀴하고 불쾌한 냄새가 납니다.
들어가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커다란 천으로 덮어진 것], 그리고 그 바로 앞에 떨어진 [메모]입니다.
베첼 마인하르트:... ... ...(저 천으로 덮어진 건 쳐다도 보지 말아야지. 그 내용물이 무엇인지 추측되기에 그쪽으로는 시선도 두지 않고 눈으로 메모를 읽었다.)
작은 글씨로 촘촘히 쓰여 있는 수기 메모입니다.
메모 위에 테이프가 붙어있는 것을 보면 천 위에 붙여놓은 메모가 바닥에 떨어진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메모의 제목은… [제물의 양태와 주문의 조건]입니다.
내용을 읽어본다면...
마지막 문장을 읽는 순간 등골이 오싹합니다.
이 글은 당장 어제 쓰여진 모양이에요.
그렇다는 건… 도망쳐야 합니다.
도망쳐야 해요.
도망치지 않으면 저 정신나간 사람에게 이 상황의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베첼 마인하르트:(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담이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은 손에 힘을 주고 밖으로 달려나갔다. 잠들기 전에 아담이 보여줬던 지도를 머릿속으로 떠올리고 그리며 원래대로라면 내일 아침에 이동하기로 했던 경로로 무작정 달렸다.)
분명 뒤도 돌아보지않고 나갈 생각이었습니다.
철문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정철 :마인하르트씨?
베첼 마인하르트:... ...
어느 순간엔 한 줄기 구원의 목소리처럼 들렸던 저 목소리.
이젠 너무나 소름 끼치는 악마의 부름으로 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정철 :왜 방에서 주무시지 않고 이런 곳에 나와 계실까요?
목소리의 주인은 느린 걸음으로 철문 쪽으로 다가옵니다.
정철 :아니, 그렇죠. 오히려 잘 됐습니다. 제 발로 움직여 준 덕분에 수고가 덜었거든요. (하하하, 하고 웃었다.) 선심으로 따뜻한 방을 내어줬더니, 그 은혜는 모르고 쥐새끼처럼 싸늘한 안치실에 기어들어 가다니...
베첼 마인하르트:... ...가까이 오지마.
정철 :그런다고 제가 당신 말을 들을 것 같습니까? (문 앞에 서서 너를 응시했다. 등 뒤에 업힌 아담을 보고 호, 하는 소리를 내기도 잠시다.)
베첼 마인하르트:... ...(아담은 지금 어떻지? 눈앞의 상대를 경계하느라 아담을 돌아볼 수도, 내려놓고 상태를 살필 수도 없어서 입이 바싹바싹 말라갔다.) 내 말을 안 들어서 좋을 게 없을텐데. 내가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정철 :그러는 당신은 어떻습니까? 반시체 하나를 등에 업고 대체 여기서 뭘 할 수 있을까요. (그리 말하며 철문을 잡아냈다.) 거기 얌전히 있으면서, ... 뭘 잘 못했는지 생각해 보시던가요?
그리고 정철은 철문을 닫으려듭니다.
이럴땐 어떻게 해야할까요?
베첼 마인하르트:(...1초가 1시간처럼 흐르는 와중에 머릿속이 생각으로 가득 찼다. 지금 저 문을 붙잡지 않으면 여기서 문을 열 방법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 빼도 박도 못하고 죽겠지. 교환인지 나발인지는 시도하지도 못하고 죽는다. 하지만 무리하게 돌파를 시도했다가 아담을 빼앗기기라도 한다면 그건 가장 끔찍한 상황이었다. ... ...만약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단 하나의 행동을 선택해야한다면, 그렇다면 나는. ... 너를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모든 걸 걸어보는 거겠지. 결론이 내려지자 그 다음부터는 더 머뭇거릴 것도 없었다. 아담을 등에서 내려 품에 안은 채 그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이런 상황에도 또 웃음이 났다.) ...미안해, 아담. 꼭 너랑 같이 우리가 같이 살던 그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어. ...사랑해. (말하고는 그의 입술을 머금어 입을 맞췄다.)
당신은 죽어가는 아담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정철의 도움이라면 도움인 것이겠죠.
그의 심장박동이, 호흡이, 그리고 체온이 원래대로 돌아오게 하는 법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정철 :잠깐, 무슨...!
소란에 감은 눈을 떠낸 아담이 당신을 응시합니다.
... 아.
당신이 그를 사랑하는 만큼, 그도 당신을 사랑해요.
아담은 그 본인이 제물이라는 사실을 알았을까요?
알았다고하든, 몰랐다고하든 지금에서는 그다지 상관은 없습니다.
나는 그에게서 이 고요한 숨, 체온, 심장을 빼앗아 올테니까요.
당신은 그의 입에 입을 맞췄습니다.
달뜬 열기도, 주고받아지는 호흡도, 입맞춤의 두근거림도 없는… 형편없는 입맞춤이었지만, 이걸로 됐습니다.
무력하게 당신에게 입 맞춰지는 아담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져 갑니다.
..... .....
두근… …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당신의 품에 안긴 아담에게서 거대한 맥박이 느껴집니다.
아,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소리입니다.
정말… 정말 오랜만에.
그제야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온 듯, 생기를 되찾은 그의 얼굴을 볼 수 있다니 꿈만 같습니다.
사실은… 사실은 어느 순간부터 꿈인지도 모른 채 깊은 동면에 빠져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 이렇게 몸에 힘이 안 들어갈 리가 없어요.
두 사람을 바라보는 정철이 헛숨을 터트리더니 하하하, 하고 크게도 웃습니다.
그 웃음소리도 참 멀리서 들리는 것도 같아요.
... 힘겹게 뻗은 손으로 그의 볼을 쓰다듬어 봅니다.
아, 분명 한없이 따뜻하기만 할 것 같은 그의 피부가 여전히 차게만 느껴집니다.
그의 피부가 아니라, 당신의 감각이 무뎌져 가는 것인데도 말입니다.
... 아담은, 계속 이런 상태로 걸어왔던 걸까요?
어떤 말도 잘 들리지 않습니다.
... 아, 급격하게 몰려오는 피곤함을 견딜 수 없습니다.
아담 리히트:... ... 베첼, 베첼... 안돼, 이건 아니야. 내가... ... (울음 맺힌 목소리로 너를 부축해 잡아보지만 쓰러지는 몸을 견디기에는 역부족이었나. 당황한듯 네 몸을 더듬거리는 손길이 이어졌다.) 내가, 이러려고... ... 널, ...
베첼 마인하르트:...잘 잤어, 자기야? (내가 널 안을 때 너는 이렇게 차갑게 느껴졌겠구나. 추웠겠다. 미안해서 어쩌지. 몸은 무게추를 몇 개나 묶어놓은 것처럼 무거운데 마음은 날아갈 듯 가벼웠다.) ... ...가, 아담. ...빨리. 네가 날 구해줄 거라고 믿고 있어. ...이렇게 다른 누군가한테 병을 옮겨야만 나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 제대로 된 치료법을 찾을 거라고 믿어... 나가서 우리가 찾아놓은 길로 곧장 달리는 거야. ... ... 할 수 있지?
아담 리히트:... 미안, ... ... 내가, ... (네 위로 눈물이 떨어져내렸다. 이럴려고, 이럴려고 그런게 아닌데. 결국은 터져버린 눈물이 너를 끌어안고 한껏 소리없이도 떨어졌다.) ... 사랑해... , 베첼... ... 내가, ... ...
정말 고요하고, 보잘것없는 고백입니다.
하지만 아담의 입에서 듣는 것만큼 달디 단 말도 없겠죠.
아.
더 이상은, 정신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몸은 얼어붙어 차갑고, 몸에 감각은 없으며, 숨은 쉬지않아도 불편함이 없습니다.
이어, 천천히 잦아들기 시작하는 심장박동과 더불어, 당신의 그의 품에서 죽은 듯이 잠들었습니다.
그래요, 잠시 눈 붙이고 있는 겁니다.
아담이, 제대로 된 치료법을 찾아줄거예요.
그렇게 믿어봅시다.
..... .....
당신은 깊은 잠에 든 후, 어떤 꿈을 보았습니다.
매일 아침, 그리고 잠들기 전… 당신에게 사랑한다고 조용히 인사를 건네주는 아담의 모습이었습니다.
하루에 딱 두 번 밖에 볼 순 없지만 그것마저도 행복하게 느껴집니다.
..... .....
... 어느날, 당신은 포근한 침대 위에서 눈을 뜹니다.
얼마나 잠들어 있었죠?
아니, 이곳은 천국이라는 곳일까요.
새하얀 천장과 더불어 잠에서 깨자마자 느껴지는 것은 거짓말처럼 따뜻한 날씨입니다.
창밖을 보면 개나리가 활짝 피어있습니다.
하나 둘, 자취를 감췄던 생명들이 동면을 깨고 나오기라도 했는지 작은 새부터, 화려한 나비까지.
당신이 잠들어 있는 동안, 마침내 찬란히 봄이 찾아오기라도 했나 봐요.
대체… 누가?
이 봄을 이끌고 온 것일까요.
뭐, 아무래도 상관은 없겠죠.
드디어, 기나긴 겨울이 끝이 났으니까요.
아담 리히트:... 베첼.
문득, 당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봅니다.
이 사람은 누굴까요?
하지만 당신의 입에서는 이상하게 그의 이름이 맴돕니다.
누군지 전혀 모르겠는데, 그의 이름만은 알고있습니다.
베첼 마인하르트:... ...아담?
그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당신의 마지막 겨울이 녹듯 눈에서 눈물이 한방울 뺨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아담 리히트:... 응, 내 이름은 아담이야, 아담 마인하르트. (짧게 웃으며 손을 뻗어 네 손을 잡아냈다. 여전히 차가운, 여전히 아무런 심박이 뛰지않는 너를 다잡고 다시금 입을 열었다.) ... 돌아갈까, 우리 집에.
그리 말하고 그가 당신을 힘껏 안아줍니다.
따뜻한 체온과 나직한 숨소리,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당신에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아, 무심코 당신은 이렇게 말을 꺼냅니다.
아담 리히트 생환, 베첼 마인하르트 생환
베첼 마인하르트의 호흡, 체온, 심장은 제물화되어 봄을 되돌려 놓는 데 사용했기 때문에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않습니다.
더불어 사랑과 관련된 감정 내지 기억들을 일부 1년 동안 잃어버립니다.
..... .....
엔딩B, 에필로그: 잊혀진 시간
당신이 깊은 잠에 든 후, 아담은 당신을 데리러 온 이상한 집단의 사람들과 동행했습니다.
당신의 몸이 제물이 되어 봄을 돌려받는 중 아담은 계속해서 그 옆을 지켰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동안 사랑했고 기다린 만큼, 아담 역시 당신을 사랑하고 기다려야 했으니까요.
당신이 제물화가 되어가는 과정에서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괴롭기만 했습니다.
주문이 발동되고 당신이 다시 눈을 뜰 수 있게 되는 건 100일 후.
돌아오는 봄, 3월의 30일.
그날만을 손꼽으며 아담은 봄의 준비를 합니다.
그간 정철은 식물원을 그만두고 잠적했습니다.
아담이 꽤 열심히 행보를 밟았지만 그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식물원에 남은 건 커다란 투명 돔과, 사람들이 남긴 소원지와 사진들뿐이었습니다.
그나마 찾을 수 있는 정보는 얼어붙은 아내를 살릴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마법사들에게 방문했다는 것뿐이었습니다.
마법사들은 아마 지금도 아내를 살리기 위해 또 다른 괴짜스러운 연구를 시작하지 않았을까, 이야기합니다.
그런걸 보면 정철도 아내를 사랑하기는 했던 모양입니다.
... 그러면 이제 다시 눈을 뜬 당신과 아담은 어떨까요?
당신의 상태가 어느정도 회복이 된다면, 말만 했던 결혼식을 치뤄도 좋겠죠.
이제는 숲에 녹음이 스미는 일만 남았으니까요.
이제 어떠한 추위나 위험도 두렵지 않아요.
다가올 봄, 여름, 가을, 그리고 영원하지 않은 겨울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서로가, 서로에게 있으니까요.
- THE END -